적묘의 단상

[적묘의 단상] 역린 혹은 시간차 공격, 사랑이 끝나고 난 뒤

적묘 2013. 12. 10. 07:30


어느 순간 감정들이 욱 올라와서
아 이건 잠깐 묻어두고 이번엔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
그런 기분이 들면 그건 그냥 묻어두어야 하는 작은 불씨

좋아했던 사랑했던
행복했던 기억만으로
그렇게 기억될 수는 없는 것일까

가까이 있지 않고
오해를 풀 길도 없고

헛된 이야기들이
헛되게 흘러간다.

타인의 입을 통해서 들리는 이야기들
내 귀를 통과 시키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



 사랑을 왜 푸르게 남겨 두지 못할까

예쁜 반짝거리는 설레임으로 남겨두면 안되는 것일까

사랑이 끝나고 나면
초가 다 타고 난 뒤, 푸른 잎이 다 떨어지고 난 뒤
그 반짝거렸던 기억마저도
지워버리는 걸까




검은 물 속의 흙이 없으면
연꽃도 피지 않고
예쁜 물고기들도 살지 못한다.

맑은 물 외에도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감정의 순간들만 기억하면 안되는걸까

이미 속이 까맣게 태웠던
힘들었던 헤어짐과 짜증났던 그리움들을

빨리 버릴 수는 없는 걸까?



가닥가닥 얽혀있는
그 모든 전체는 항상 부분의 합보다 크다.

사랑했던 당신과, 미워진 당신은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미워할 필요가 없는 나에게
미움과 무관심을 강요할 필요도 없는 문제.

시간은 해답을 찾기 위해서도
문제를 던지기 위해서도
사랑을 잊고
또 사랑을 만나기 위해서도
너무도 짧다.

깨어진 과거를 위해서 긴 시간을 허비하기엔
삶이 너무 짧다.





잎사귀 하나 남지 않은
겨울 강가에서도

나는 봄을 그리고
여름을 떠올린다.

가득했던 단풍의 색을 기억한다.

그렇게 사랑을 기억하면 안될까

헤어진 순간만을 기억하기엔
좋았던 순간들을 한번 더 반추할 시간도 모자라다.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온다.

황사 속에서도
지겨운 외로움 속에서도
시간을 흐른다.

그 시간 속에 원망을 담아
꾹꾹 눌러 붉은 멍자욱을 남기기엔

세상은 참 아름답다



그래서 사랑이 끝나고 난 뒤

헤어지고 난 뒤
혹은 버림받은 뒤라도...

처절하게 아픈 뒤라도

살아간다.

세상은 참 아름답다.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될 때
손톱을 세워 할퀴지 말자.

시간이 지나면 꽃은 피고
어떤 꽃도 영원하진 않다

그러니 굳이 일부러 그만둘 필요도
굳이 멀리 돌아갈 필요도 없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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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제 이야긴 아닙니다.....이러면 다 자기 이야기라고 하긴 하던데..;;

2. 쓰다보니 급..;;; 연애세포에 인공호흡하고 싶군요~~

3. 언제나 느끼지만, 세상은 더럽고 추한만큼 참 아름다워요!! 사랑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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