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묘의 발걸음/페루

[적묘의 페루]고인과 인사를 나누다. 산타 로사 공동묘지

적묘 2013. 10. 20. 11:33

항상 헤어짐은

저 깊숙이서 올라오는
뜨거운 울렁임이 있다.

오늘따라 하늘은 왜 이리 우울한건지
바람은 왜 이리 찬건지

현지 신부님의 주기도문과 성모송
그리고 우리가 이별하는 것은
물리적인 몸일 뿐
영혼은 하늘로, 그 분 곁으로 가는 것이라고
쉽게 쉽게 말해주는 스페인어에

뺨을 흐르는 눈물이 유독 뜨겁게 느껴진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성당 뒤쪽의 화장터로 들어가
다시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흐린 하늘
차가운 바람

발걸음을 옮긴다


한국과는 다른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이
다른 방법으로 이별을 하고


그들은 기억한다.

저마다의 방법과 마음을


그들이 좋아하는 색과
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소식들과 선물들로


예쁘게 꾸미려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조잡해 보이는
색바랜 조화와 낡은 인형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결국은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화장을 하고
평장을 하고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저마다 다른 신을 향해
다른 언어로 기도를 할지라도


그 마음은 같다는 걸


고인의 명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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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나이를 실감하는 건 주변에 떠나시는 분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살아가고 죽어가는 것은 같은 말인데도, 이별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3. 떠나는 순간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스스로에게 선물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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