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봉사단원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한국에서라면 광속으로 나이를 먹을 텐데
개발도상국에 나와 있는 봉사단원들은
기다리는 시간에 익숙해지는 여유와, 상대적으로 느린 사회변화
그리고 더 많은 자연환경들이나 산업적으로 뒤떨어진 곳에 있다보니
시간이 멈춘 듯 느껴진답니다.


2011년 10월 파견될 때와 현재 2013년 10월 파견임기가 끝나고
다시 1년 연장 시기가 시작된 이 시점에서 저도 역시 비슷한 느낌이랍니다.

특히 저의 경우는 베트남에서 NGO로 6개월 한국어 수업을 하고 귀국해서
6개월만에 다시 페루로 코이카 일반봉사단원으로 파견된 상황이어서
우리나라의 새로운 화폐들도 스마트폰도 타블렛 피씨도 참 낯설어요.
한국에 들어갔을 때 모든 사람들이 스맛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광경이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요즘 꽤나 자주 듣는 말이

<적묘님, 제가 나이가 좀 많아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되묻습니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몇년 생이신데요?
몇살이예요?
몇 학번인가요?

...

요즘 정말 올킬인 듯!!!

저보다 어린 사람 없습니다.
먼저 인터넷으로 연락해 오면서 본인의 나이가 많다고 밝히기 싫다는 사람들..;;
다 저보다 어리거나 한두살 차이더라구요.
대략 나이를 말씀드리자면 ...제 친구들은 학부모입니다.
외국에 이렇게 선진국도 아닌 나라에 딸 혼자 보내고 부모님 걱정 안하시냐고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도 여러번 나오다 보니.. 저희 부모님은 10년 전보단, 이젠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십니다.



.....

몇일 전 추석 회식 때 어느 개념없는 어린 친구가
저에게 빨리 시집가야지요 라면서 어쩌구 하길래
어이없어서.. 잠깐 침묵 했더랬습니다.
(1년 연장이 정해진 상황이고 그런 사무실 회식 자리에서 할말은 아닌거죠.
저보다 어른이 제게 덕담식으로 하는 말도 아니고, 한참 어린 연배의 사람이
공개적인 회식자리에서 큰 소리로 나이 운운하는 것은 예의 문제니까요.)

인생 계획에 처음부터 넣어둔 항목이 아니라고 말했었습니다만..
실제로 그렇구요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눈, 몽골에서 같이 활동을 했었던 친구는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고

어제 같이 인도네시아에서 봉사활동 했었던 대학생팀의
두 친구가 11월에 결혼한다고 인사를 전해오더라구요.
새삼 제 나이가 인식되더군요.
저는 그때와 별 다를바 없이 살아가는 중이고,
10년 전에도 비슷하게 살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앞으로 최소 3년은 더 세상을 걷고, 보고, 담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의 나이와 제가 체감하는 나이에는 상당히 차이가 있답니다.
여전히 20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pc 통신 시대 사람이라
이렇게 익명으로 개념없이 이거저거 요구하는거 보면
이건 교육문제야 하면서
버럭거리는 선생집안의 선생 출신이고

시도때도 없이 잔소리도 잘하는
어디서든 가르치려드는 직업병도 있는
"어리지 않은, 혹은 나이 많은" 쪽에 속하는 편입니다.

특히 봉사활동 시에는
행정적인 업무를 하는 단체의 직원들보다도
나이가 많은 경우가 종종 있답니다.




사무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봉사단체의 직원들보다는 경험이 많다보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걸 보면 정말 화가 나기도 하고,
현지 상황과 걸맞지 않는 시행착오가 뻔한 계획을 듣다보면 어이없기도 하고

코이카든, 일반 NGO든 실제로 그런 과정들이
온전히 매끄럽게 진행될 수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자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답니다.
사무적인 부분에서도 개인의 경험적인 부분이 확실히 적용되기 마련이니까요.



나이 먹는다는 건 이런 경험의 차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지요.
정말 몸에서 옵니다.
이제 예전처럼 밤새워 책읽고 글 쓰고 그런 일상이 힘드네요.

혼자하는 살림, 가사노동과 수업 준비, 사진과 글쓰기

아무것도 아닌 일상적인 일들이 손목에 무리가 가고, 근육에 염증이 생기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피부 여기저기 알러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눈이 시려서 햇살에도 눈물이 대책없이 주륵주륵 흐르고

10년 전 중국, 몽골에서 봉사활동 할 때만 해도 날아다녔는데
페루 리마의 대기오염이 극심한 지역을 다녀선가
몸이 힘들답니다.

물론 리마의 6개월이란 긴 시간동안 지속되는
우울한 겨울동안은 해를 보지 못하니, 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못하고
그에 따른 면역력 저하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새로 수업을 시작한 만큼 의욕적으로 하루에 5시간 6시간 연강하는 중이라

없던 알레르기 증상이 생길만도 하다고 자체적으로 해석하고는 있습니다.

 한국에서든 세계 어디에서든 나이는 꼬박꼬박 먹어가고
시간은 절대 거꾸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렇게 정주행하는 중에
나이값 제대로 하는 사람이 되길 빌고 또 빌어봅니다.

나이에 걸맞는 관용과 여유로움을 배워갈 수 있길
작은 일에 화내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사람이 되도록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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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 나이 먹은만큼 나이값하기.

2. 한국에 돌아가면 또 순식간에 한국 속도에 보조를 맞춰야겠지요 +_+

3. 예의없는 질문과 요청들, 헛소리들에도여유를 가질 수 있길..2년 10일째, 페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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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적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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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호 2013.10.15 08: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을 즐길 수 잇을때 즐기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출산과 육아로 10년 넘게 사회와 단절되엇다가 뜻하지 않은 일로 다시 사회에 첫발을 내 딛엇을때.
    얼마나 무섭고 겁이 나던지.
    10년만 젊엇어도...하는 생각으로 날마다 하루 하루 버티는게 정말 힘들더군요
    지금도 그 기분은 마찬가지네요
    관용과 너그러움은 한순간에 생기지 않는다고 봅니다
    연륜!!! 이 따라줘야 하는거죠
    그만큼 경험치도 중요하고요
    늦게 다시 나간 사회에서 저보다 한참이나 어린 사람한테 별의별 소리 다 들으며 눈물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햇을때
    아..나이 더 먹은 내가 참아야지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야지... 이런 생각이 저절로 낫엇답니다
    아직 철들이 없어서 그렇다고 이해해 주자고요 ^^
    (스트레스 받으면 사는게 너무 힘들어요 ㅠㅠ)

    • 적묘 2013.10.15 1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호님 나이값만큼 연륜이 쌓이는 것도 아니고
      어리다고 어리석은 건 아니니까요.
      또 저마다의 기준이 다른 법인데

      미호님처럼 사회에서 직접 마주치는 이들 말고
      그냥 인터넷에서 깔짝대는 것들도 짜증나고, 페루 코이카라는 작은 사회 아니면
      마주치지 않은 많은 일들에 새삼 지치는 거랍니다.

      결국 이 피곤한 소소한 것들도 저를 다시 한번 강하게 만들어 주거나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겠지요.

      나이는 잘 먹는게 참 힘드네요.
      그냥 시간을 술렁술렁 흘러가는데 말입니다...

  2. 그럼에도불구하고 2013.10.15 1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전히 잘 계시죠?
    미라플로레스에서 카메라들고 사료셔틀하시는 모습이 눈에 그려지네요
    부랴부랴 돌아오느라 도움 주신 많은 분들께 제대로 인사도 못드리고 왔습니다
    그래도 시간 쪼개어 안부의 글 올리려고 해도 그것마저 쉽지 않더군요. 문제는 마음의 여유 같습니다
    군대가서 참는 법을 배웠고
    페루가서 느긋함을 배워왔다고 하지만...
    신문읽다 티비보다 벌컥 화를 내기도 잘 하고
    운전하면서 앞 차의 운전미숙을 가끔 탓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운전하면서 과거보다 느긋하게 변한 건 사실입니다
    끼어들고 클락숀 울리고 삿대질하고... 하는 게 사실보면 제 편할려고 하는 일종의 욕심이잖아요
    사람이 나이들면 신체적 힘이 약해져서 생각마저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말이 있던데
    그건 뭔가를 자꾸 움켜 쥐고 놓지 않을려는 욕심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부디 추하게 늙지 않았으면 하는 게 스스로의 다짐입니다.
    세월이 약? 보약이 될 지 독약이 될 지는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부디 건강하게 주어진 시간들을 잘 보내시길
    그리고 뜻한 바 이루고 무사히 돌아 오시길 기원드립니다

    ps. 아무리 노력해도 고양이는 강아지만큼 정이 안가니 어떻하죠?

    • 적묘 2013.10.15 11: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에도 불구하고님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
      여러가지로 일이 소소하게 많아서
      저도 생각의 폭이 자꾸 좁아지려 하고 있답니다.

      소소하게 욱하는 일들은
      남의 일일 때만 별거 아니지, 제 일이라면 너무나 큰 일이 되는 거니까요.
      나이라는 것이 잣대가 되어서는 안되는데
      사람이 먼저인데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체력이라...보수적으로 변하는 또 다른 해석이군요...

      참, 기호는 결코 노력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왜 노력하세요? 산보다 바다를 더 좋아하거나 노란색을 빨간 색보다 더 좋아할 수도 있는 건데.
      고양이가 정이 안가는 걸 어쩌겠어요.
      그렇다고 해서 잡아 죽이자는 사람이 되지 말잔 거죠.

      저 말고 다른 사람은 다 틀렸으니 고쳐야해.
      그런 생각으로 고양이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란 거 아시잖아요~

      그냥 같이 살아가는 생명체인데
      다만 고양이라는 이유로 죽음을 당하거나 버림받는 건 불쌍하단 거죠.

      기호와 존중은 또다른 개념이니까요~
      노력하실 필요 없답니다 ^^
      다만 거기 그렇게 있구나. 그렇게 있어도 되겠다..정도로만 관용의 마음을 가지자는 것 외엔..
      뭐 어쩌겠어요. 저마다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지고 살아가는 걸요.

      제 블로그글 좋게 봐주시고 좋아해주신 것 처럼,
      그냥 그건 기호, 개인 취향의 문제~
      좋아해주시면 감사하고, 아니라면 어쩔 수 없고 ^^

      그래도 이렇게 잊지 않고 와서 글 남겨 주시니 더더 감사합니다!!!
      한국의 단풍이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3. 콩닥콩닥 2013.10.15 14: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현재 페루에서 6개월이란 시간을 보내고 7개월째 접어 들고 있는데, 페루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여 검색하여 보면 항상 적묘님의 블로그가 나와서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매번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정말 일일텐데;; 일년 연장되신 거면 내년 10월까지 페루에 계시는 것인가봐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만나서 이런 저런 여러가지 이야기도 듣고 싶네용~^^

    • 적묘 2013.10.15 22: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콩닥콩닥님 활용 잘하신다니 다행이네요.
      정보 제공료로 맛있는 커피 한잔 쏘십시오.
      연락처 남겨주세요.(비밀글 체그하시고 이메일 남겨주시면 좋습니다 ^^)

      기회는 절대 자연발생하지 않습니다.
      평일엔 제가 수업이 있어서 안되고 토요일은 별일 없으면 가능,
      일요일 2시 이후는 보통 괜찮습니다.

  4. 2013.10.15 15: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적묘 2013.10.15 2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올리브나무님은 저와 또 다른 시간을 보내고 계시겠지요.
      우리는 정말 서로 다른 선에 서서 저마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데
      일부 몇 개의 잣대로 이리 재고 저리 재는 보챔에 시달릴 필요도 없는데 말입니다.

      저는 여전히 결혼해서 애 낳으란 소리나 듣고 있고
      아직도 외국에 있냐, 아직도 돈 안 벌고 어찌 사냐 그런 소리를 듣습니다.

      친구들이 학부형이 되고 한국에 발이 묶여있고 신랑과 티격태격 노는 동안
      저는 지구 반대편에서 낯선 언어와 낯선 음식 속에서도
      사람 사는게 다 똑같구나 하고 어느새 3년 째를 맞이하네요.

      올리브 나무님, 제가 그래서 거울을 안 좋아하나봅니다 ㅎㅎㅎ
      힘찬 앞날을 위해서 홧팅합니다!!!
      덕분에 기운차게 하루 시작할게요 ^^

  5. 2013.10.20 1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적묘 2013.10.20 23: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콩닥콩닥님 아닙니다..ㅠㅠ 너무너무 제가 정신없어서...
      저도 주중에 수업하고 주말에 또 친구들도 만나고 그러다보니..

      11월 두번째 주..11월 9일 토요일은 어떠실까요?
      제가 있다 다시 메일 드릴게요~~~~

      부에나 핀 데 세마나 되시길!

  6. 2013.10.20 14: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적묘 2013.10.20 23: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는지금여기있다님 아..제가 어딘가 제가
      철학전공에 역사 전공, 국어국문 전공에 교육전공자라고 적어 놓은 듯한데..;;

      다른 글은 안 읽으셨나봅니다 ^^
      굳이 정신수양과 인격 수양에 대해서 그런 글들을 남겨 주시지 않으셔도..
      제 20대 초반엔 그런 것만 공부했습니다
      굳이 그런 존재 상태를 운운하시며
      제 삶의 여정의 완성을 이야기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것은 저의 몫이고
      저는 이미 제가 잘 걸어가고 있는 길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 글의 중심 내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운운하면서
      제 삶을 존중하지 않고
      남들처럼 결혼하고 애 낳고 직장 다니지 않는다고
      남들처럼 다이어트에 목숨걸고 예쁘게 꾸미고 명품에 목숨 안 건다고
      타박하는 사람들이 힘들다는 것이랍니다.

      그런 것을 이겨내는 것이 바로 헛소리에 대한 여유랍니다
      3줄 요약을 다시 한번 읽어보시길 ^^ 바랍니다

      -그리고 개인 정보도 없는 이 글을 비공개로 쓰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비공개글 확인하기 힘듭니다~

  7. 박동균 2013.10.31 0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있고 있으면 좋은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점이 많으시겠지만
    최선을 다해 사시는 모습이 좋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존경합니다.. 중장기자문단으로 12월중 1년간 파라과이 갑니다.
    뵐 기회는 쉽지않겠지만 제공하시는 자료와 정보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해가 없이 오랫동안 지내는것이 정신건강에 아주 안좋다고 하며
    북유럽 사람들이 해가 나면 밖으로 나오는 이유고 그렇다고 합니다.

    아마 앞으로 6개월간 힘드시겠지만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적묘 2013.10.31 1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박동균님 파라과이에서 즐거운 생활이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여기는 12월 정도에 여름이 시작되고 11월부터 해가 나기 시작해서
      대략 다음해 4,5월까진 햇살이 좋답니다 ^^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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