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묘의 단상

[적묘의 페루]봉사단원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는다.나이정주행

적묘 2013. 10. 15. 07:30

흔히 봉사단원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한국에서라면 광속으로 나이를 먹을 텐데
개발도상국에 나와 있는 봉사단원들은
기다리는 시간에 익숙해지는 여유와, 상대적으로 느린 사회변화
그리고 더 많은 자연환경들이나 산업적으로 뒤떨어진 곳에 있다보니
시간이 멈춘 듯 느껴진답니다.


2011년 10월 파견될 때와 현재 2013년 10월 파견임기가 끝나고
다시 1년 연장 시기가 시작된 이 시점에서 저도 역시 비슷한 느낌이랍니다.

특히 저의 경우는 베트남에서 NGO로 6개월 한국어 수업을 하고 귀국해서
6개월만에 다시 페루로 코이카 일반봉사단원으로 파견된 상황이어서
우리나라의 새로운 화폐들도 스마트폰도 타블렛 피씨도 참 낯설어요.
한국에 들어갔을 때 모든 사람들이 스맛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광경이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요즘 꽤나 자주 듣는 말이

<적묘님, 제가 나이가 좀 많아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되묻습니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몇년 생이신데요?
몇살이예요?
몇 학번인가요?

...

요즘 정말 올킬인 듯!!!

저보다 어린 사람 없습니다.
먼저 인터넷으로 연락해 오면서 본인의 나이가 많다고 밝히기 싫다는 사람들..;;
다 저보다 어리거나 한두살 차이더라구요.
대략 나이를 말씀드리자면 ...제 친구들은 학부모입니다.
외국에 이렇게 선진국도 아닌 나라에 딸 혼자 보내고 부모님 걱정 안하시냐고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도 여러번 나오다 보니.. 저희 부모님은 10년 전보단, 이젠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십니다.



.....

몇일 전 추석 회식 때 어느 개념없는 어린 친구가
저에게 빨리 시집가야지요 라면서 어쩌구 하길래
어이없어서.. 잠깐 침묵 했더랬습니다.
(1년 연장이 정해진 상황이고 그런 사무실 회식 자리에서 할말은 아닌거죠.
저보다 어른이 제게 덕담식으로 하는 말도 아니고, 한참 어린 연배의 사람이
공개적인 회식자리에서 큰 소리로 나이 운운하는 것은 예의 문제니까요.)

인생 계획에 처음부터 넣어둔 항목이 아니라고 말했었습니다만..
실제로 그렇구요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눈, 몽골에서 같이 활동을 했었던 친구는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고

어제 같이 인도네시아에서 봉사활동 했었던 대학생팀의
두 친구가 11월에 결혼한다고 인사를 전해오더라구요.
새삼 제 나이가 인식되더군요.
저는 그때와 별 다를바 없이 살아가는 중이고,
10년 전에도 비슷하게 살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앞으로 최소 3년은 더 세상을 걷고, 보고, 담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의 나이와 제가 체감하는 나이에는 상당히 차이가 있답니다.
여전히 20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pc 통신 시대 사람이라
이렇게 익명으로 개념없이 이거저거 요구하는거 보면
이건 교육문제야 하면서
버럭거리는 선생집안의 선생 출신이고

시도때도 없이 잔소리도 잘하는
어디서든 가르치려드는 직업병도 있는
"어리지 않은, 혹은 나이 많은" 쪽에 속하는 편입니다.

특히 봉사활동 시에는
행정적인 업무를 하는 단체의 직원들보다도
나이가 많은 경우가 종종 있답니다.




사무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봉사단체의 직원들보다는 경험이 많다보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걸 보면 정말 화가 나기도 하고,
현지 상황과 걸맞지 않는 시행착오가 뻔한 계획을 듣다보면 어이없기도 하고

코이카든, 일반 NGO든 실제로 그런 과정들이
온전히 매끄럽게 진행될 수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자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답니다.
사무적인 부분에서도 개인의 경험적인 부분이 확실히 적용되기 마련이니까요.



나이 먹는다는 건 이런 경험의 차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지요.
정말 몸에서 옵니다.
이제 예전처럼 밤새워 책읽고 글 쓰고 그런 일상이 힘드네요.

혼자하는 살림, 가사노동과 수업 준비, 사진과 글쓰기

아무것도 아닌 일상적인 일들이 손목에 무리가 가고, 근육에 염증이 생기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피부 여기저기 알러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눈이 시려서 햇살에도 눈물이 대책없이 주륵주륵 흐르고

10년 전 중국, 몽골에서 봉사활동 할 때만 해도 날아다녔는데
페루 리마의 대기오염이 극심한 지역을 다녀선가
몸이 힘들답니다.

물론 리마의 6개월이란 긴 시간동안 지속되는
우울한 겨울동안은 해를 보지 못하니, 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못하고
그에 따른 면역력 저하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새로 수업을 시작한 만큼 의욕적으로 하루에 5시간 6시간 연강하는 중이라

없던 알레르기 증상이 생길만도 하다고 자체적으로 해석하고는 있습니다.

 한국에서든 세계 어디에서든 나이는 꼬박꼬박 먹어가고
시간은 절대 거꾸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렇게 정주행하는 중에
나이값 제대로 하는 사람이 되길 빌고 또 빌어봅니다.

나이에 걸맞는 관용과 여유로움을 배워갈 수 있길
작은 일에 화내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사람이 되도록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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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 나이 먹은만큼 나이값하기.

2. 한국에 돌아가면 또 순식간에 한국 속도에 보조를 맞춰야겠지요 +_+

3. 예의없는 질문과 요청들, 헛소리들에도여유를 가질 수 있길..2년 10일째, 페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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