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감정들이 욱 올라와서
아 이건 잠깐 묻어두고 이번엔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
그런 기분이 들면 그건 그냥 묻어두어야 하는 작은 불씨

좋아했던 사랑했던
행복했던 기억만으로
그렇게 기억될 수는 없는 것일까

가까이 있지 않고
오해를 풀 길도 없고

헛된 이야기들이
헛되게 흘러간다.

타인의 입을 통해서 들리는 이야기들
내 귀를 통과 시키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



 사랑을 왜 푸르게 남겨 두지 못할까

예쁜 반짝거리는 설레임으로 남겨두면 안되는 것일까

사랑이 끝나고 나면
초가 다 타고 난 뒤, 푸른 잎이 다 떨어지고 난 뒤
그 반짝거렸던 기억마저도
지워버리는 걸까




검은 물 속의 흙이 없으면
연꽃도 피지 않고
예쁜 물고기들도 살지 못한다.

맑은 물 외에도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감정의 순간들만 기억하면 안되는걸까

이미 속이 까맣게 태웠던
힘들었던 헤어짐과 짜증났던 그리움들을

빨리 버릴 수는 없는 걸까?



가닥가닥 얽혀있는
그 모든 전체는 항상 부분의 합보다 크다.

사랑했던 당신과, 미워진 당신은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미워할 필요가 없는 나에게
미움과 무관심을 강요할 필요도 없는 문제.

시간은 해답을 찾기 위해서도
문제를 던지기 위해서도
사랑을 잊고
또 사랑을 만나기 위해서도
너무도 짧다.

깨어진 과거를 위해서 긴 시간을 허비하기엔
삶이 너무 짧다.





잎사귀 하나 남지 않은
겨울 강가에서도

나는 봄을 그리고
여름을 떠올린다.

가득했던 단풍의 색을 기억한다.

그렇게 사랑을 기억하면 안될까

헤어진 순간만을 기억하기엔
좋았던 순간들을 한번 더 반추할 시간도 모자라다.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온다.

황사 속에서도
지겨운 외로움 속에서도
시간을 흐른다.

그 시간 속에 원망을 담아
꾹꾹 눌러 붉은 멍자욱을 남기기엔

세상은 참 아름답다



그래서 사랑이 끝나고 난 뒤

헤어지고 난 뒤
혹은 버림받은 뒤라도...

처절하게 아픈 뒤라도

살아간다.

세상은 참 아름답다.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될 때
손톱을 세워 할퀴지 말자.

시간이 지나면 꽃은 피고
어떤 꽃도 영원하진 않다

그러니 굳이 일부러 그만둘 필요도
굳이 멀리 돌아갈 필요도 없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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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제 이야긴 아닙니다.....이러면 다 자기 이야기라고 하긴 하던데..;;

2. 쓰다보니 급..;;; 연애세포에 인공호흡하고 싶군요~~

3. 언제나 느끼지만, 세상은 더럽고 추한만큼 참 아름다워요!! 사랑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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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적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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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호 2013.12.10 1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 자기 얘기로 느껴지는 건.. 사람 사는 모습이 다 똑같단 뜻이겠지요?
    헤어짐 후 뒷모습이 아름답지 못한 것 또한 미련이 남아서 일 수 도 있겠고
    미련을 버리면 사랑했던 기억도 미워했던 기억도 다 없어지는 것 아닐까요?
    떠나보내야할 기억을 보내야 마음 한 켠이 편안해지고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내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올 듯 합니다

    • 적묘 2013.12.10 2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호님 그렇게 받아들이실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이 있다는 거죠.
      한참 전의 옛 이야기들을
      그냥 미움이나 미련 남기지 않고
      아..그때는 그랬어 하고 말하듯이 흘러간 사랑을 반추할 수 있으면 해요.
      아무래도 감정의 앙금이란 건 워낙에 짙기 마련이지만
      사실 연못 속의 연꽃을 볼 때
      저 검은 흙탕물을 떠올리진 않거든요.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결국 중요한 것은
      한 송이 꽃이니까요.
      그래서 추억이 아름답게 남길...앞으로의 날들을 기대해 봅니다 ^^

  2. 클로에 2013.12.10 15: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은 어쩐지 더 와 닿는 글이에요 :)
    생각해보면 참 짧게 느껴지는 인생인거 같아요;;;
    아름다운 글, 오늘도 반하고 갑니다 /ㅅ/

    • 적묘 2013.12.10 20: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클로에님 우리가 리마에서 만난 게 벌써 언제적인가 싶어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한번씩 찾아와서 글 남겨주시면
      이름만 봐도 참 반갑네요 ^^

      그런게 인생 아닐까..하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답니다.

      요즘, 사진을 살짝 포기하다 보니
      글을 제대로 쓰고 싶어지는데, 그만한 여유가 충분하진 않아서...

      다시 한번, 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3. 벅동균 2013.12.11 08: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해하기 어렵고도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입니다..
    (전공으로만 이해하기 힘들고 넓은 마음과 감성이 풍부하시군요)
    글을 참 잘쓰시는군요. 무겁지 않게 그러나 생각하게..
    건강하시고 좋은일이 많이 있기를 ....
    좋은 글 감사드리며

    • 적묘 2013.12.11 2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박동균님 안녕하세요~ 생각이 길었던 날들이 몇일 있었어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있었을 듯한 지나간 사랑들
      흘러간 추억들에 대해서 계속해서 생각해왔던 부분인데

      호흡을 좀 길게 잡고 생각을 계속 진행해왔었답니다.
      아무래도 연꽃이나 나무를 담을 때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굳이 세세한 것들을 다 담진 않잖아요.

      그냥 예쁜 모습
      가장 고운 모습을 하나 담아주면 그걸로 만족하니까요.
      사랑이나 연애에 대한 추억도 그 정도로 남으면 좋을거 같아요.

      작고 날카로운 칼로 심장을 후벼파는 일은 너무 자학적이니까요.

      그정도의 작은 생각으로 시작한 글이었거든요. ^^

  4. 목요일의 토끼 2013.12.11 1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마음의 앙금이나 미련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예요 어떤 일이 있을 때 (남녀간의 헤어짐도)그 이유와 서로의 감정 상태를 서로에게 명확히 납득시키는 편. 정확히 말히자면 저 스스로에게 필요한 과정이었죠. 사람 사이의 예의를 중시하기에 요즘 남녀들이 가볍게 만나다가 연락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거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살아보니 알겠더라구요. 모든게 명확한 답이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건드리지 말아야 할 감정의 골, 더이상 파헤치지 말아야 할 감정의 무덤이 이제는 뭔지 알수 있으니 저도 이제 한층 노련해진 건가요..

    • 적묘 2013.12.11 2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목요일의 토끼님 저도 합리적인 판단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도 참... 호불호의 중요성에 대해서
      그러니까..기호?

      좋고 싫은 건 자기 기준이라
      그 부분에 대해서 감성과 이성을 분리하면 안되겠더라구요.

      좋고 싫다는 것 자체가 이성판단의 근거가 되니까요.
      결국은 살아가면서 만나는 그 많은 순간들에서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과 안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자꾸 명확하게 하려고 애를 씁니다.
      분석을 하다 보면 뭔가 사람이 남지 않는 느낌도 없진 않지만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 파악하다 보면
      그 기준에서 타인을 더 배려할 수 있을테니까요.

      스스로를 생각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다 보면
      그 감정도 사실 자꾸 패턴화해서 이성에 집어 넣는 전형적인
      합리주의적 사고를 하려고 좀 애쓰게 되거든요.

      물론 전 감정적인 사람이고 넘치는 감정을 이런 사진이나 글로 퍼내고는 있지만요...

      감정의 무덤도 가끔은 문을 열어주고
      무덤보다는 추억상자 정도로...바꿀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노련이라기 보다... 아름다운 기억들을 포기 하기엔 아쉬우니까요.

  5. 목요일의 토끼 2013.12.12 0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적묘님의 말씀을 읽고보니 전 생각과 마음이 일치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몰라요 그래서 생각도 마음도 자꾸만 되새김질하곤 했었죠 학교다닐 때 제 별명이 복잡한 단세포였는데 재밌죠?

    • 적묘 2013.12.14 13: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목요일의 토끼님 단순하게 사는 것이 사실 가장 어렵거든요.
      공감되는 표현입니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일치될 수 없는 복잡한 구조고
      그러다 보니 그 단순한 교과서적인 정의란 것은
      사실 현실에서 보기 힘들지요.

      그래서 지행일치, 언행일치라는 것은
      그야말로... 철학자들의 큰 화두 중의 하나였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었겠어요?

      그러니 그만큼 어려운 것이란 의미도 되겠지요....

      참으로 참으로...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6. 자축인묘 2013.12.18 15: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흙탕물을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소리에 놀라지 않는 고양이(?)와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 중에서~

    • 적묘 2013.12.19 21: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축인묘님 흐하하하하 작은 소리에 공중 이회전 하는 고양이들을..;;
      뭘로 보시고 ㅎㅎㅎㅎ

      숫타니파타를 인용하기엔 고양이들은 화들짝 놀라는 게 기본이니까
      그냥 사자에게 양보해야 할 듯합니다 ^^

      드라이기 소리에도 하악대는 고양이들에겐
      저 자리는 아무래도 무리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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