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고 햇살을 쬐고, 새의 노래를 듣고
부드러운 고양이를 느끼고
입 안에 달달한 사탕을 하나 넣는 것으로
모든 고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의약품 하나로 두통이 해결되기도 하고,
항히스타민제 하나로 거푸 터지는 기침이 멈추기도 하고

듣고 싶던 당신의 목소리가 들릴 때도 있고
보고 싶던 그대의 안부가 작은 창에 뜰 때도 있고
당연한 내 외로움에 공감하는 타인에게 고마운 것.


고여 썩어가고 있는 물을 보는
바람이 통하지 않는 좁은 길가에 고여있는 역한 내음을 맡는
지겹도록 끝나지 않는 이 시간을 내가 선택했다는 것을

그토록 익숙한 모든 것들에서
한걸음 물러선 자리에 있다는 것.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에

갑자기 들려오는 우리말에
갑자기 보이는 우리글에
갑자기 느끼는 외로움에
갑자기 퍼지는 눈물에

그제서야 느낀다.

나는 이 모든 익숙한 것들이 낯설다

난 낯선 곳에 서 있다




가끔은 아무도 없는 곳에
가끔은 그들 가운데에

객지 생활이 처음이 아니고, 예전처럼 어리지 않으니
좀 더 쉬울 것이고, 1,2년은 긴 시간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마음이 지쳐가는 것은 태양이 없는 탓이라 생각했는데
짙은 구름과 안개에
몸이 지친 탓이라 생각했는데




익숙해지는 일상이 아니라
낯선 것들에 익숙해진다.

타국의 하늘은 색도 바람도 내음도 달라서
타국의 바다는 물도 모래도 바람도 달라서
타국의 사람들은 생김도 말도 달라서
타국의 음식은 향도 맛도 달라서

그 다름을 즐기거나 그 다름에 익숙해지는 거라 생각했는데

낯설게 살고 있는 것뿐이다
낯설게 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 뿐이다.



 



그래서 이 생활인지 여행인지 분명치 않은 일상이 낯설고
언젠가 돌아갈 일상까지 낯선 일상일 것이고.

내가 사랑한 이들에게는
내가 없는 시간 동안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내게는 그들이 모르는 이야기들이 지금도 하나둘 쌓이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사랑한다 그리고 보고 싶다

그래도 괜찮다

나의 일상은 그저 낯설음의 연속선상에 놓여있을 뿐이니까.



일상이라는 점에서 익숙할 뿐
매번 그 낯설음에 놀라게 되는 것에 익숙해진다.

태양이 떠오르기 전의 시간
춥고 지루한 어두움의 시간
외로움의 시간이다.

그것에도 익숙해지는 것이 세월이 주는 선물이겠지.
그리고 그만큼 곁이 있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그 모든 마음들이
가장 큰 선물인 것을...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어도
그립고 보고 싶은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것으로 살짝 외로움을 달래본다.

나의 짧은 기쁨보다 조금 더 길,
우리의 행복한 시간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여기에 이렇게 반짝하고 뜨거운 것이 없어도
따뜻하게 손을 잡고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대들을 그리워한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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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기. 문학과 철학의 시작점이거나 우울증이죠~!

2. 예전 홈피나 블로그에선 글을 주로 썼는데, 여행사진이 늘면서 사진 위주로 변한 듯!!!

3. 하루하루를 정말 바쁘게 살고~ 외로움에 대한 고찰까지 하니 더 바쁠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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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적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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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목요일의 토끼 2013.11.19 1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양이 때문에 님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지요 가끔씩 들러 보았지만 글은 처음 쓰네요
    저도 생각이 많아 가끔씩 마음이 허해지고 잘살고 있는건가 자문하게 됩니다 빨리 컨디션 회복하시고 건강하셨음 좋겠네요

    • 적묘 2013.11.19 22: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목요일의 토끼님 우와 감사합니다 ^^
      글을 쓰면서 자가치료하는 편인데 이번엔 이상하게 길게 가서
      역시 정신적으로 지친 거구나 하고 새삼 새삼 느끼고 있어요.

      그래도 혼자 동굴에 들어가지 않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고
      댓글에 답하고 있으니 괜찮습니다!!! 아자아자!!!

      마음이 허해지고 잘 살고 있는건가는 사실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죠.
      가장 기본적인 삶의 자세인데
      앞으로만 가려고 하다 보니, 반성과 성찰이 부족한
      지나치게 빠른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요...

      돌아보는 것, 그리고 행복을 위해서 바라지 않아도 될 것들을 버리는 것이
      21세기의 미덕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나 여전히 사회는 소비가 미덕이라며 미친 돈지랄들을 하고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잠깐 발 빼고 거리를 두는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구요.

  2. 목요일의 토끼 2013.11.19 1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달간 감기로 고생하다 이제 회복의 기운이 느껴지는 아침..타지에서 아팠을 적묘님 심정이 헤아려지고 안쓰러워서..고국의 향기 바람 흙냄새 배달해 드리고 싶네요

    • 적묘 2013.11.19 22: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목요일의 토끼님 감사합니다
      이제 기침이 좀 사그라 들어서 살만하네요 ^^

      여긴 추위보다는 그냥 저온이 계속되는 거고
      먼지와 대기오염이랑.... 그 와중에 수업은 계속해야 하니까
      자꾸 만성이 되는거 같아요.
      사실 한국에 있어도 이 계절에 수업하면 계속 기침한답니다~

      운명인가봐요~
      기침군은 내 친구~

  3.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11.20 07: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러가지로...마음이 복잡한 그런 시간이셨군요.
    게다가 기침까지...
    에궁..

    그래도, 영원히 그곳에 계시는 것은 아니니, 따뜻한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으로 돌아갈 날이 있다는 게,
    어쩌면 희망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적묘님은 워낙 생활력있게 잘 해나가시는 분이시니,
    아마 지금의 고민들과 달리 고국에 돌아가셔도 분명 금새 또 적응하시고 새로운 일들을 해 나가시리라 믿습니다.

    얼른 몸 컨디션도 좀 좋아지길 바랄게요!!
    파이팅입니다!!!

    • 적묘 2013.11.29 09: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올리브나무님~~~ 꺄아~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이라니~
      이 나이에..그런거 송구스러워서~~~

      제가 해야죠 ㅎㅎㅎㅎ

      그나저나 어디가나 어차피 고민은 업되는 거니까
      지금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려고요 ^^

      물론 올리브나무님의 행복도 같이 빌어요 ^^

  4. eeeej 2013.11.20 09: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힘내세요 응원하겠습니다^^

    • 적묘 2013.11.29 09: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eeeej님 정말 명문이지요~~ 이 또한 지나가지요~
      그래서 또 그리워하게 되는 과거가 되고
      또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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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묘의 여행과 시선, 그리고 고양이 2. 자유로운 걸음과 커피 한 잔 3. 오늘이 최선인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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