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묘의 단상

[적묘의 우울증]혹은 낯선 땅에서 나 혼자 산다

적묘 2013. 11. 19. 08:00

꽃을 보고 햇살을 쬐고, 새의 노래를 듣고
부드러운 고양이를 느끼고
입 안에 달달한 사탕을 하나 넣는 것으로
모든 고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의약품 하나로 두통이 해결되기도 하고,
항히스타민제 하나로 거푸 터지는 기침이 멈추기도 하고

듣고 싶던 당신의 목소리가 들릴 때도 있고
보고 싶던 그대의 안부가 작은 창에 뜰 때도 있고
당연한 내 외로움에 공감하는 타인에게 고마운 것.


고여 썩어가고 있는 물을 보는
바람이 통하지 않는 좁은 길가에 고여있는 역한 내음을 맡는
지겹도록 끝나지 않는 이 시간을 내가 선택했다는 것을

그토록 익숙한 모든 것들에서
한걸음 물러선 자리에 있다는 것.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에

갑자기 들려오는 우리말에
갑자기 보이는 우리글에
갑자기 느끼는 외로움에
갑자기 퍼지는 눈물에

그제서야 느낀다.

나는 이 모든 익숙한 것들이 낯설다

난 낯선 곳에 서 있다




가끔은 아무도 없는 곳에
가끔은 그들 가운데에

객지 생활이 처음이 아니고, 예전처럼 어리지 않으니
좀 더 쉬울 것이고, 1,2년은 긴 시간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마음이 지쳐가는 것은 태양이 없는 탓이라 생각했는데
짙은 구름과 안개에
몸이 지친 탓이라 생각했는데




익숙해지는 일상이 아니라
낯선 것들에 익숙해진다.

타국의 하늘은 색도 바람도 내음도 달라서
타국의 바다는 물도 모래도 바람도 달라서
타국의 사람들은 생김도 말도 달라서
타국의 음식은 향도 맛도 달라서

그 다름을 즐기거나 그 다름에 익숙해지는 거라 생각했는데

낯설게 살고 있는 것뿐이다
낯설게 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 뿐이다.



 



그래서 이 생활인지 여행인지 분명치 않은 일상이 낯설고
언젠가 돌아갈 일상까지 낯선 일상일 것이고.

내가 사랑한 이들에게는
내가 없는 시간 동안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내게는 그들이 모르는 이야기들이 지금도 하나둘 쌓이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사랑한다 그리고 보고 싶다

그래도 괜찮다

나의 일상은 그저 낯설음의 연속선상에 놓여있을 뿐이니까.



일상이라는 점에서 익숙할 뿐
매번 그 낯설음에 놀라게 되는 것에 익숙해진다.

태양이 떠오르기 전의 시간
춥고 지루한 어두움의 시간
외로움의 시간이다.

그것에도 익숙해지는 것이 세월이 주는 선물이겠지.
그리고 그만큼 곁이 있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그 모든 마음들이
가장 큰 선물인 것을...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어도
그립고 보고 싶은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것으로 살짝 외로움을 달래본다.

나의 짧은 기쁨보다 조금 더 길,
우리의 행복한 시간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여기에 이렇게 반짝하고 뜨거운 것이 없어도
따뜻하게 손을 잡고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대들을 그리워한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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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기. 문학과 철학의 시작점이거나 우울증이죠~!

2. 예전 홈피나 블로그에선 글을 주로 썼는데, 여행사진이 늘면서 사진 위주로 변한 듯!!!

3. 하루하루를 정말 바쁘게 살고~ 외로움에 대한 고찰까지 하니 더 바쁠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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