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묘의 일상/적묘의 고양이 이야기

[적묘의 고양이]봄날 위장군복 착장완료,카오스냥도 사료셔틀도 조심스럽다

적묘 2016. 4. 16. 08:00








산들거리는 풀꽃

봄하늘에 여름 햇살은 뜨겁고

봄그늘은 아직 바람이 차가운

그런 어느 봄 날







먼저 화려하게 만개한

가득하던 벚꽃들이

하늘하늘 떨어지고






초록색 잎을 내밀면서

버찌를 맺을 준비를 하면





두번째 타자로 나서는

왕벚꽃=겹벚꽃 나무들


몽실몽실 덩어리로 큼직한 분홍색이 한 가득






잎사귀와 함께 담아보다

눈을 아래로 떨구니


수령이 꽤 되는 벚나무 아래로 

가득 새순과 벚꽃잎이 날려있다







그리고 조금 눈을 들어보면

저 끝에..



녹색으로 곱게 융단을 깐

봄 위에







셔터소리와

꽃을 들여다 보는

뭔가 해는 없을 듯한 이상한 인간에


호기심 50%와 긴장 40% 두려움 10% 정도를 섞은 

위장군복을 곱게 입은 카오스냥이가 있다.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숙여


눈 앞의 작은 풀꽃 하나 더 담아본다.






급하게 움직이지 말것

작게 목소리를 내면서 불러줄 것


그리고 눈을 마주치면서 천천히 깜빡깜빡

고양이 눈키스를 날려줄 것







등에 맨 가방을 꺼내 부스럭거리며

지퍼백을 여는 순간

호기심보다 순식간에 높아지는 두려움과 긴장 70%

거리가 멀어진다







벚꽃나무 아래로 빛의 속도로 이동


사료를 조금씩 던져주면서 냄새를 맡게하고

부시럭거리는 비닐 소리를 들려줘도


이렇게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을 보면

넌 진짜 영리한 고양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머리좋은 길냥이






다시 천천히


눈을 마주치고 목소리를 들려주고

사료 소리와 냄새를 흘린다






외면하기

눈마주치기


열심히 셔터를 누르면서

한 손으로는 사료 봉지를 열어

바닥에 쏟아낸다.







아파트 한쪽에 그릇이나 종이를 깔기엔

너무 많이 보이는 곳이고


여긴 그래도 매년 고양이들이 오가는 곳이라

버려지는 사료는 나무에 거름이라도 되겠지


배고프지 말아라

배고프지 말아라






한걸음 뒤로 

또 한걸음 뒤로







배고픈 고양이는

맛있는 냄새에

괜찮은 단백질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거리가 있는

안전한 곳에서


편하게 밥을 먹으면서도


흘러가는 사람 기척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제일 신경쓰이는 것은 나겠지


위장 군복덕에 잘 보이지 않으니 다행이고

저 너머까진 내가 들어가기 그러니

여기서 밥을 먹어주는 것만으로 고맙다.


밥 주려고 쫒아다녀야 하는 한국 길냥이의 습성이 서러워라







몇번이고


돌아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

보이는 만큼 무언가 해주고 싶다.


겨울을 잘 버티고 넘어온 봄이니

하루라도 편히 먹었으면 좋겠다.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고양이가 있는 풍경이


자연스러운 곳이 되고 싶다.


타이완이나 모로코나, 터키, 이탈리아...페루에서는

한번도 고양이밥을 주기 위해서

이렇게 조심스러워 본적이 없다는 것이

정말 새삼스러워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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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길냥이도 사료셔틀도 조심조심스러운 순간

 

2.이 아파트 단지에는 항상 고양이들이 있고, 누군가 밥을 챙겨준답니다.


3.도시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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