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끔 멍하게 있는거야

그렇잖아.


난 나이가 많지도 않아

이제 겨우 길고 긴 겨울지나고

내 생에 몇번 있지도 않은
봄이 찾아오나 했는데






지금까지 당연하던 세계가 사라지고 있어




차가운 시멘트에

네 발로 걷는 우리를 위한 세상은 아니지만




 이렇게 나딩굴고 있는 쓰레기들 중에서




먹을 것도 찾기 힘들지만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도망부터 치지만





사실 그건 내가 엉덩이에 자신이 있어서라고
수줍게 꼬리로 변명해 본다




내가 무얼 훔친 게 아니잖아
불법으로 태어난게 아니잖아





그냥 폐허 속에 잠시 몸을 숨겼다가

다시 어디론가 살 길을 찾아 헤메겠지




지금까지 살아 왔듯이

사람의 눈을 보면 몸이 잠시 굳어서 어쩔줄 모르다가





잠깐 또 숨었다가..




호의로 무언가를 주면

또 한입 먹고




무서운 소리나

갑자기 무언가 날아오면


잠깐 몸을 피하기도 하고





괜찮다 싶으면 또 한걸음 옮겨서


 


저 속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에

또 한번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혼자 있는 것보다
함께 있는 것이 좋은데




둘이 함께 있는 것조차 버거운

도시의 삶...




추위에 털은 윤기를 잃었고
사람들이 떠난 동네엔 먹을 것도 없다



겨울 방학에 철거에..
밥을 챙겨주던 이들도

모두 어디론가..






네발을 다 옮겨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알수가 없다

그건...태어날 때부터의 의문

어디로 가야 할까


 


눈을 똑바로 뜨고

 



자세를 가다듬고



마음을 다잡고





곧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나도 떠나야 한다



다행히 우린 함께니까...




서로의 체온으로
위안이 되겠지


2011/03/23 - [철거묘의 중얼거림] 고양이는 처음부터
2011/03/08 - [냥레이더] 수건 속, 작은 고양이도 찾아낸다!
2011/01/28 - [풍요 속의 빈곤] 네가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동안
2011/01/11 - [오드아이 설희] 고양이가 삐지는 이유
2010/09/09 - [적묘의 길냥이 체험] 오륜대 한국순교자기념관에서 만난 진리의 노랑둥이
2010/09/09 - [적묘의 길냥이 체험기] 분리수거 잘해야 하는 이유
2010/09/07 - [적묘의 길냥이 체험기] 그대 갈길 가시게
2010/08/13 - [길고양이의 시간] 지붕 위의 8개월



3줄 요약

1. 적묘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2. 저 둘은 한 배에서 난거 같아요. 닮은데다가 항상 같이 다닌데요.

3. 모두들 갈 곳을 찾을 수 있길...

적묘의 포스팅이 마음에 드셨다면 다음뷰
추천 꾸욱!!
손가락 추천 클릭은 로그인 안해도 됩니다!
Posted by 적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빛무리~ 2011.03.26 10: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함꼐 숨쉬며 우리와 같은 세상을 살아가야 할... 또 다른 생명들의 슬픈 이야기...........

    • 적묘 2011.03.26 17: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곱가지 이론님 요즘 뉴스를 보면서

      혹은 거리를 걸으면서

      혹은 책을 읽으면서

      혹은 고양이를 보거나

      집에서 멍하니 딩굴거리고 있는 저 자신을 볼때..

      많이 나오는 말이네요..


      아...어쩌나!!!

  2. NaGuNe 2011.03.26 22: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모습이 비단 고양이 뿐만이 아니라 우리들네 살아가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3. 용작가 2011.03.27 2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타깝네요......


블로그 이미지
1. 적묘의 여행과 시선, 그리고 고양이 2. 자유로운 걸음과 커피 한 잔 3. 오늘이 최선인 하루하루
적묘

달력

 « |  » 2019.1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Yesterday762
Today658
Total5,967,478

공지사항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