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묘의 일상/적묘의 고양이 이야기

[철거묘의 중얼거림] 고양이는 처음부터

적묘 2011. 3. 23. 09:26

몇 달만에 찾아간 반가운이의 집은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덩그라니 놓여진..

빌라 한두 채를 빼고는 모두...

쓰나미가 지나간 듯..
폭격을 맞은 듯




깜짝 놀라 잘 못 온 건가 싶을 만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둘레둘레 보다 보니..





초연한 철거묘 한마리와 눈을 마주친다




어차피...





처음부터 내 집이 아니었으니



그나마 이제야..

마음 편히 들어갈 수 있게 되었는 걸



문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어도

사람들이 소리 지르지 않아





여유있게 앉아 있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 거리는

잠시 나에게 시간을 허락해준거야





인간들의 행복한 시간 속에

길냥이는 필요요소가 아니잖아






인간이 들어오기 전

혹은 인간이 나간 후..



그때만이 오로지 고양이들이 마음 놓고 있을 수 있는 시간




사실..나도 몰라..





이 거대한 폐가옥 더미가 어디론가 치워지고

또다시 공사가 시작되면

난 또 어디론가 몸을 피해야겠지




괜찮아..

처음부터

그게 한국에서 길냥이로 태어난 나의 운명이니까





괜찮아..

지금은 이렇게 볕바라기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까




괜찮아..




이만큼의 거리가 있으니까


아직은 새 건물이 들어서기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언젠가 너무도 사랑스럽게

행복하게 살았던 모든 것들도 버림받아.

수명이 끝나..





그것이 인간세계의 법칙이잖아





모든 것은 변화하고






변화하지 않는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 뿐이고




그 속에 추억이라도 남아있으면

행복한 것이겠지...



나도 그 추억 속의 하나가 되었으니 괜찮아..




길냥이의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길냥이와 길냥이 아닌 고양이들의 생활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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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서울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군요.

2. 마음도 몸도 갈 곳 없어지는 서민들과 길냥이들

3. 추억만으로 먹고 살기엔 신자유주의는 잔인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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