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1717

[적묘의 고양이]얼굴을 가리는 이유

눈을 감아얼굴을 가려 하늘을 가리는 것보단 쉬우니 빠꼼 눈을 뜨면눈에 보이는 것들이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것들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 것들 그다지 알아도 좋지 않은 것들 그래서 부끄러운 하루가 또 지나간다 다시 몸을 웅크리고다시 눈을 감고다시 부끄러움에 꼬리를 감아 올린다 가끔은 존재하는 것이가끔은 숨쉬는 것이가끔은 눈뜨는 것이부끄러운 요즘이다 2015/11/11 - [적묘의 고양이]깜찍양 수능 시험에 하악하악 홧팅홧팅2015/11/01 - [적묘의 고양이]마왕을 기억하며 추억하며2015/10/19 - [적묘의 고양이]캣닙을 즐기는 시간, 개박하의 알싸함에 빠지다.2015/02/25 - [적묘의 단상]멕시코시티 과달루페,세계3대 성모발현 성지,Basilica de Guadalupe 2015/01/08 ..

[적묘의 터키]페티예 아민타스 석굴무덤 가는 길에 만난 고양이

페티예의 하루하루는한가롭게 흘러가고 길게 길게 시간을 잡은 만큼 길게 길게 호흡하고더위를 그저 하나씩 숨쉬면서 달랑 주소 하나 잡고걸어본다. 낯선 길을처음보는 골목을 낯익은 동물들과괜히 친한 척반갑게 인사하면서 꼬리달린 짐승은머리 검은 짐승보다말 걸기가 쉽더라 저 멀리 보이는Amintas Kaya Mezarlar 아민타스 석굴무덤 보이는데가까이 가려니 끝도 없다 가뜩이라 라마단 기간 길에 물어볼 사람조차잘 보이지 않는 날 길을 알려준 아이들에게 라마단에도 아이들과 여자들, 노약자들은해가 있어도 음식을 먹는덴 지장 없으니까 맘 편하게 고맙다고 가방 속에 들어있던 과자를기분 좋게 나눠주고 초코맛 과자를고양이에겐 줄 수가 없어서어쩌나 하다가 햇살 쨍쨍한 페티예에서고양이들을따라가 본다 골목 골목 소깍 번호만 보..

[적묘의 고양이]정원에 가을이 내린다

가을만 그럴까 사계가 그렇다 간식은 맛있다 바람은 차갑다 계절이 바뀐다 꽃들이 바뀐다 푸르게 피었던연잎은 끝났다연꽃이 진것도정말로 오래전 곧 연못은 얼어붙고곧 고양이들도 이불 속 곧 정원에 따라나오기도 싫어지는발이 시린 계절이 시작된다 한자락 남은 햇살에등이 따스할 때 그 한줄기 잡아서품고서는 쪼그리고 앉아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준다 아직도 꽃이 핀다아직도 잎이 있다아직도 해가 좋다 아직도 내 고양이는 날 따라 올라온다아직도 내 고양이는 아침에 날 깨운다아직도 내 고양이는 현관에서 날 마중한다 계절이 흘러가고한해가 끝나가고올해도 살아갔다 간만에 함께 있다 그 즐거움을 담아서그 가을을 담아서그 햇살을 담아서 이 사진을 담아본다. 내 고양이를 담아본다. 2015/10/15 - [적묘의 고양이]15살 고양이..

[적묘의 고양이]깜찍양 수능 시험에 하악하악 홧팅홧팅

따끈하게떨지말고화끈하게쫄지말고 자리만 잘 지켜마음만 잘 다져조금만 잘 봐줘 옆에서 누군가 미친 속도로시험지를 넘길수도 있고옆에서 다른 누군가는미친 속도로 엎드려 버리는 수도 있어 사실 꼬리를 앞발까지 쏙 감고그냥 푹 엎드려서 깊이 깊이잠들고 나면 내일이 올 거란 건 그냥 내 생각일 뿐 잠이 오면크게 하품 한번 졸리면 손 깍지끼고 쭉쭉이 한번 하고 눈에 힘을 빡!!!! 크게 한번 떠봐 그럼 뭔가 보일 수도 있으니까 안 보이면? 괜찮아 답은 1과 5사이에 어딘가 있어!!! 크게 한번 하악하악 그리고 다시 정신집중!!! 긴 수업 시간보다 더 긴 수능 시험시간 그런데 인생은 그것보다 많이 길더라 그러니 수능 시험 하루로 결정되는 것에인생을 모두 걸지는 말자고 그냥 이 시간지금 이 순간그저 지나가면 또 다른 모퉁..

[적묘의 고양이]노랑둥이 펜션 고양이들도 지킬 것은 지킨다.

비오는 주말 정말 아무곳도 가지 않고그냥 축 늘어져서 내 고양이들이랑 있고 싶어도 미리 해 놓은 약속은사람을 움직이게 하기 마련 그리고 그 덕에 만나는 작은 즐거움도 있기 마련 몇주 전에 결정한 경주 행은 비와 함께 무엇보다 진짜 일이 많았던 날들에화면만 들여다 보고 있던 몇주에거기에 보이는 뉴스들은 더한 코미디가 없는 요즘에위장에 구멍이 뚫릴거 같은택도 없는 새로운 직업인지 들도 있는대로 컨디션을 바닥으로 치게 만드는 스트레스까지 담고 간 피곤함 펜션 관리실의 종이 박스 하나가,펜션을 오가는 고양이들이, 비오는 날의 젖은 양말과 렌즈에 튀는 빗방울에 대한 툴툴거림을 잠재운다. 반갑다고 다가오는비오는 이른 아침의 고양이들이어찌 싫을까 웅크리고 잠든 세상 속에서쭈욱 몸을 펼치는 돌아보면오매 단풍이 들고 돌..

[적묘의 고양이] 진리의 노랑둥이와 함께 가을은 노랗다

가을이 끝나가고 겨울로 들어간다 마지막 엔젤 트럼펫이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가득 피었다 엔젤 트럼펫 아래엔우리집 노랑노랑 초롱군 추위에 살포시 찬바람에 웅크리게 되는가시조차 추워지는 한국의 겨울은 선인장에게 매정한만큼 고양이들에게도 힘들다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수 밖에서로에게 온기가 되는 수 밖에 우리의 겨울은그렇게 가을 뒤로 성큼 다가온다바람이 차다 그대가 곁에 없어도곁에 있는 마냥따뜻했으면 좋겠다 초록빛이 노랗게 변하고바람이 차갑게 흘러가고오랜만의 한국 겨울에 몇년 만에 겨울 옷을 꺼내본다 금관화가 마지막 꽃을 피우고 짧게 지나가는 가을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가득 머금고 겨울로 가는 길목에 있다 2015/10/19 - [적묘의 고양이]캣닙을 즐기는 시간, 개박하의 알싸함에 빠지다.2015/10/16..

[적묘의 고양이]마왕을 기억하며 추억하며

적도의 어느 나라에서어이없는 죽음을 들었을 때펑펑 울면서 걸었던 더운 날을 기억한다. 그리고 또 몇년이 지나지구 반대편 남미에서마왕의소식을 들었을 때는거짓말이라 생각했었다. 한국에 돌아오자 마자 예상치도 않은 지인의 부고에한참을 울었었고 꿈에 조차 한번 등장하지 않는 섭섭함에모든 죽은 자들을 위한 밤에 조차 나타나지 않음에 속상했다. 귀국하고 어느새 지나간 3개월 마왕의 실존을 생각한다 같은 하늘 아래 숨쉬지 않아도같은 하늘 아래 있었다는 것을 어느 박스 안에 잘 넣어 둔노래 테이프들과 시디들보다거실 장에 꽃혀 있는 LP판을 꺼내본다. 한가한 주말 오후19시간의 수면 시간 중한뺨을 방해한 것은미안 그래도 나는 너도 같이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으니까그 마음 이해해줘 네가 그 자리에 있는 시간을이 순간을 내가..

[적묘의 페루]리마 케네디 고양이 공원의 노랑둥이가 없는 세상

갇혀 있는 걸까보호 받는 걸까 알고 있는 걸까모르고 있는 걸까 도시 한가운데 공원 안에서 살아가는 자유는그 범위 안에서만 허용된 것 그래서 가끔은 그 이상을 꿈꾼다 꽃 속의 나비 도시 속의 고양이 가끔은 날고 싶다 가끔은 벗어나고 싶다 하나 둘 날아보자 그리고 사라지자 꼬리 끝까지 모두숨겨보자 그런 후에야... 세상에 고양이가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기억하려나 공원 밖에서 바라보면 공원 안은 변함이 없겠지 세상엔 얼마나 많은 색의 고양이들이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양이스럽게 살고 있는지 도시 속의 사람들을 알수 없겠지 그러니 가끔은 고양이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줘 보호를 해주지 않아도보살펴주지 않아도 그냥..살수만 있게 해줘 그게 다잖아...... 2015/10/09 - [적묘의 고양이]주말 고양이 최선 다해..

[적묘의 고양이]몽실몽실 러시안블루 가을은 한가롭다

한해 한해 시간은 흐른다 하루 하루 길게 지루하게 간다 싶은데어느덧 가을 햇살 아래 가물가물 흘러가는 시간들은 맛있게 기억된다 그것이 진실 그것이 사실 기록되는 방식이 달라도사실을 변하면 안되는 것을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은 변함이 없는데... 어디에 있어도무엇을 해도결국 이 안에서 맴돌 뿐 울타리 안에 있어도울타리 밖에 있어도 울타리 색이 바껴도 나는 추억이 깊어질뿐 변하지 않는다 지나간 시간과 흘러가는 추억을변해가는 세상을 그렇게 나이를 먹는 것은간식을 먹는 것 만큼이나 한가롭게 흘러간다 녹색이 노란색이 되어도 은행은 은행검은 색이든 회색이든 러시안블루는 러시안 블루 한낮 일시적인 말장난질들을흑백논리들은 진실로 받아들이지 말자... 나는 회색 검은 색도 흰색도 아니다녹색도 노란색도 아니다 2015/06..

[적묘의 고양이]15살 고양이도 벌떡 일어나는 소세지 간식의 힘

네가 아직 그대로라 좋은 것들 눈동자에 칼을 날카롭게 세우는 것은 벌떡 직립 보행을 하는 것은 있는 힘껏 콧구멍에 힘을 주는 것은 조로로로 작은 이빨들도 날카로운 송곳니도 여전한데 너의 흰 얼굴은여전히 아기같은데 눈물자국이 지워지지 않는눈꼽을 닦아줘도 금방 다시 생기는너의 눈에서 나이를 읽는다 뛰어오르기 보다딩구는 것이 좋은 나이 15살 그럼에도 불구하고바닥을 딩구는 시간을 과감하게 포기하게 만드는 너의 모티베이션 누구보다 강하게 누구보다 완벽하게 구사하는 너의 어휘 발음좋은 고양이 야옹 야옹애옹 애옹 의지의 고양이 손에 든 소세지의 존재의의란 처음부터 너를 위한 조공이란 걸 알고 있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는 것을너도 알고 있다..;;; 아무리 닦아주어도 작은 눈꼽 조각들이무한히 다시 생기는 이 나이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