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퇴근
햇살이 길어진 날들
어두워지면 마음이 급한데
6월부터는 해가 워낙 길어져서
좀 늦게 나와도 햇살이 가득
교정을 모두 빠져나간 뒤
학교를 지키는 것은 고양이들
토요 방과후에 몇번 보기도 했고
아기냥이들이 돌아다닌다는
제보도 들었고
오늘은 아가들 안보려나 했더니
두둥~~~
길게 늘어지는 노을 그림자를 안고
하루 해가 끝나기 전의 뜨거운 햇살에
장맛비에 젖은 털들을 말리는 중인지
그저 육아에 지쳐 잠시 쉬는 중인지
알수 없지만
아기고양이는 아무 생각없이
엄마 고양이도 별 생각없이
발걸음을 옮기자 일단은 움찔
그러나 역시나 천천히 말을 걸며 거리를 두고 있으면
다시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예쁜 어린 엄마냥과
토실토실 올블랙인지 태비인지 살짝 모르겠는 아기냥은
조금은 신경쓰이는 행인 1이 있긴 하지만
크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판단한 듯
엄마가 다시 식빵을 구우려니
아기냥은 또 주변 탐방 중
주차장의 차가 다 빠져나간 시간
땅부자 고냥이들
이리 딩굴 저리 딩굴
한가롭게 딩굴딩굴
다음 장마에도 아무일 없이 무사히 잘 보낼 수 있도록
두 개의 학교 중간 문 사이
항상 고양이들이 있는 공간의 밥자리는
이미 비닐로 물새지 말라고 손봐둔듯!!!
주중에 뜯은 캣닙은
어마무지한 양이라서 일단은
집에서 고양이키우는 학생들한테 나눠주고
나머지 추수는 주말 아침에...
까만봉지 큰거에 하나 가득
다른 쪽 주차장 고양이들에게
한뭉치씩 뭉쳐서 끼워주려고 넉넉하게 준비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또다른 턱시도 냥이는
후딱 절망 저쪽으로 도망갔다가
이내 캣닙 가득 끼워둔 자리로 돌아와서
잠깐 고민 하는 중
또 다른 날의 흰 아이는
있는대로 부비부비
신나게 캣닙을 즐기는 중
그래서 철망에 쪼끔씩 걸린 캣닙만 남고
다 철망 너머로 밀어보내줌
모두들 나간 후
천천히 나오는 즐거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조금씩 눈을 맞추고
가방 속의 무언가를 꺼내주기 위해서
부스럭대는 동안
도망가지 않아줘서 고마워
비 많이 오는 중에도 잘 버텨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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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 고양이의 존재 자체가 생명존중을 보여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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