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묘의 단상

[적묘의 단상]2015년 7월, 10개월 여행 끝에서 돌아보다

적묘 2015. 7. 2. 08:00




 페루에서의 3년

코이카 한국어 교육단원으로 

시간을 마무리 하고


2011년 10월에 시작된 여행은

2014년 10월 페루에서 출발하는

아르헨티나부터 새 여권을 발급받고

관용여권과 헤어지고 다시 초록색 여권으로

그리고 하나씩 도장을 받아가며

생각지도 않게 걸음의 궤적이 길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예상 2달에서

9개월이 걸리게 되고

10개월째가 되는 7월에 딱 한국으로...


어느새 2015년 상반기가 모두 지나가고

하반기가 시작됩니다.







이젠 바로 한국인이냐는 질문도 안나올만큼

진하게 변해버린 피부색은

무려 터키인에게 집시냐는 말을 들을 정도!


광저우에서 온 중국 아가씨에게

한국인이 이런 피부색인 건 처음이야!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길고 긴 여름은


10월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되어

12월 갈라파고스에서

1월 페루, 볼리비아

2월 멕시코

3월 쿠바

4월 스페인, 포르투갈- 이때는 그래도 봄!!!

5월 모로코, 이탈리아,

6월 터키,

그리고 이제 몇일 후에 돌아가는 한국에서도 

계속 될 것입니다.





시간과 마음이 허락하는 여유 동안은

그래도 천천히 걷고 한 곳이 아니라

다른 시각으로 돌아보고 다시 한번 가보는 길을


그렇게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이것이 아마도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기회일 것이라 생각하고

걷는 동안 


하루하루가 좋은 인연들과 

새로운 경험

그리고 그만큼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리고

 옛 감정을 많이 다시 곱씹어 보게 됩니다.





누군가의 등만 바라보거나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거나

혹은 자기기만에 빠져있거나

지나치게 나태해지지 못하게 만드는


여행 중의 끊임없는 새로운 것들과

그래서 오히려 새롭지 않은 모든 것들


반복되는 새로운 것들은

결국 일상이라는 것을


여행이라기 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내 시선이 머물렀던 방식

내 삶이 살아왔던 방식

그 시간들과 모습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조각상의 앞만 보다 

뒤와 옆을 놓치기도 하고

연못 가득한 연잎들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기 마련


시선을 위로도 아래로도

하늘 위로 올라가 있는 이상도

땅 아래 질척거리는 진흙에 빠져있는

현실도 바라봐야 하는 법









가끔은 더 멀리 가야 보이고

가끔은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여행은 그런 거리들을 바꾸는 시간


살아본적 없는 곳에서 살아보는 것

먹어본 적 없는 것을 먹어 보는 것

말해 본적 없는 언어들에 익숙해 지는 것


새로운 공기를 아무렇지 않게 숨쉬고

낯선 새의 소리를 들으며 잠을 깨고






다른 시간의 선상에서

다른 시선의 시간들





고장난 카메라를 빨리 한국으로 보내고

페루에서 다시 구입했지만 다시 사하라에서 망가졌고

길에서 만난 이들에게 부탁해서 하나하나 한국으로 보낸

외장하드가 어느새 4개

바르셀로나에서 새로 구입한 1테라 외장하드가 다시 반이 찼고


실수로 떨어뜨려 액정이 망가진

핸드폰과 넷북을 가지고 어떻게든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써보려고 하지만


이탈리아의 5월보다

터키의 6월은 덥고

유적지와 바다는 더 뜨겁습니다.


그래서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정말 기다려지는 시간이 됩니다.





가까이서 들여다 보든

멀리서 한 발 떨어져서 보든

결국 나의 시간이고 시선이다 보니


변함없는 방식으로 아침에 일어나고

밤엔 생각에 잠기고



삶은 살아가는 것이고

남미에서든 지중해서든

그렇게 차이나지 않는 


내게 익숙하지 않은 낯섬들에 익숙해지는 것


그 외의 일상 어디서든 다를 것이 없다는 것





아르헨티나 공원의 고양이든

한국 우리집 옥상 정원의 둘째 고양이든

터키 에페소 유적지의 고양이든


결국 제일 예쁜 건 우리집 고양이고

제일 편한 건 에어컨이 없어도 룸 서비스가 없어도

내 방이라는 것


그 당연한 것들에 돌아가는 시점이

처음으로 걸어본 이 긴 여행.


페루 생활 3년, 그리고 여행10개월.


다시, 한국의 일상으로 걸어들어가야 하는 시간입니다.

소매치기 한번 안 만나고

과소비와 거리 100만년에 무사히 잘 마무리하고

남은 몇일도 안전하게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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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2015년 7월이라니..여름만 10개월이야..란 기분이 더 크네요 ^^;;

2. 여행단상보다 집으로 가는 일상이 정말 즐거워지는 시간~


3. 결국 사람 사는 곳, 조금 다른 방식, 조금 더 많은 여유들!

♡ 참, 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폭이 좀 넓어지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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