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묘의 단상]또 한번, 길 위에서 생일을 보낸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
생일을 보낸다는 것
한해가 시작된다는 것

졸업식과 입학식 사이
오리엔테이션
학교들의 취업 면접

그 모든 일들이 생일과 겹치면서
좀 어릴 땐 면접보러 다니면서 울기도 하고 그랬는데
(어린 나이에 너무 춥고 힘들어서..ㅡㅡ)
최종 합격하고 나서도 이사갈 방을 못 구해서
그 추운 2월에 복덕방들을 돌고 돌기도 하고

그래서 매년 새해는
1월 1일 새해와 설날과 생일이 지난 후
거처가 결정되면서
3월 개학과 함께
진짜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기분

오히려 올해는 그냥 정말 안정적.
작년 10월에 끝냈을 수도 있는 봉사활동을 1년 연장하면서
좀 더 여유있게 상황을 끌어나갈 수 있게 되어서
생긴 안정감과 자신감이겠지.

페루에서 맞이하는 3번째 생일은
언제나와 같이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오히려 방학특강은 더 수업시간도 길게 배정하고
기말고사 앞두고
폭풍 복습수업도 한번씩 하고!

시간마다 쪽지시험치면
고스란히 또 들고와서
집에서 채점하고

주말에 몰아서 수업준비도 하고
서류(사무실용)도 쓰고 그러다 보면
그냥 훌쩍 지나가는게 생일이고

오늘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계속 수업이니까~
그리고 다음 주는 또 시험을 볼거라서
시험문제도 출제하고.. 하다보면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그래도 친한 사람들 좀 생겼다고
여기저기서 연락도 오고
아아...아직도 스페인어는 그렇게 안된다니까..ㅠㅠ
왜 그렇게 말을 빨리 하시는지~~~~~
(뭔 말인지 이해는 하는데 답은 단답으로 한다는 한계! 문법은 물론 안드로메다에)

폰문자나 페이스북 메시지로도 가득한 생일 메시지들에
그냥 평일이고 수업하는 평범한 날이니까
초대에 못가고, 우리 집에도 오지 마라고 하는 그런 날.

내 나이쯤 되면 그냥 넘어가도 되는게 생일이니까
선물이나 달라고 +_+
웃고 마는 그냥 그런 날.

한겨울 한국에선 손 덜덜 떨면서
생일이라고 그해 첫 딸기 사고
미친 가격의 붉은 장미 다발을 받곤 했는데

여기 페루에서는 가장 더운 2월
알알이 맺힌 초록빛 포도가 보라색으로
영글어가는 계절

망고가 흔하고 메론이 싼 2월 생일이라
 풍족한 과일 안주에 저렴이 샴페인으로 행복 ^^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전화는
한국 시간 기준으로!!!

내년 이맘때는

또 어느 하늘 아래서
어떤 땅 위에서
누구와 어느 나라 말로 이야기를 하며
생일을 맞이하고 있을까

길 위에서 보내기 시작한
생일이 길다

그 순간 순간의 주인인 나를 조금은 기특해 하고
그 기억과 추억을 선물해준 부모님께 감사하고
그 일상의 모퉁이 모퉁이 카페를 함께 가준 지인들에게도

그리고 이 모든 시간의 주인인 그분에게 다시 한번 기도를 드린다.

오늘도 부디 무사히
오늘도 부디 행복을

이 길 위에 있게 해주심을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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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생들의 깜짝 선물과 생일 파티..
고마워요 ^^

3줄 요약

1. 한해 한해 나이테가 늘어가면서 아픈 기억도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이죠.

2. 최장거리, 최장기 해외봉사활동이란 특수 상황! 그냥 조용히 흘러가는 평범한 날에 감사해요!!

3. 생일파티는 없지만, 선물은 생일 기준 앞뒤 6개월로 상시 접수 중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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