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틀린 것도 아니고 못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잠깐 다시 나의 세상으로 돌아갔다 오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커다란 괴물이 되어 심장을 쥐어짜려한다.
흔히 허니문이라고 말하는 그 가슴 두근거리는 시간은
이미 지나간지 오래.
의무감과 일에 대한 욕심과 기대감으로 다시 한번 시작한
1년은 생각보다 길고 힘들어서
기운을 얻기 위해 한 한국으로의 국외휴가.
봉사단원 3년차 휴가를 톡톡 털어서 다녀온 그리운 집.
돌아갈 곳과 돌아갈 시간을 간절히 기다리고
이미 마음이 변한 그대들이 변하지 않길 기도하게 된다.
부디 내가 아는 세계가 사라지지 않길 바라면서
나는 또 한번의 발걸음을
예전과는 달리 엄청난 외로움을 안고 시작하고 있다.
4월은 나에게도 잔인한 달이다.
공항 리무진을 탈 때
울컥 먹먹한 마음에 눈물이 시작되서
한참 동안 멈추지 않았다.
나에겐 이별과 만남이란 건 항상 잠깐이고
헤어지고 만나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강한 편이어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아쉽다거나 서러워하는 일이 참 없는 편인데도
2014년 4월 16일 새벽 5시는
참 춥고 눈물이 나는 시간이었다.
알지 못하는 낯선 땅들을 날아
뉴욕에 도착해서
12시간의 대기시간 동안
나가서 맨하튼을 걸으며
다시 급작스럽게 다가온 추위...
영상 8도에 덜덜 떨면서 햇살을 따라 걷다가
5번가에서 콜롬버스 서클까지 걸어가는 길도
혼자 걷는다는 것을
새삼 절감하게 만들고
낯선 언어, 낯선 땅의 외로움은
섬섬히 스며서
차가운 바람이 더 매섭게 느껴지고
바로 20시간 전에 떠난
내 나라가 미치도록 그리워진다
다시 공항으로 돌아가
한밤중에 출발하는 뉴욕발 리마행 LAN 항공을 기다리며
또 한번 손검사와 몸검사
지겹고 치사스럽게 느껴지는 검사들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추운 공항에서 있는 옷들을 모두 겹쳐입고 짧게 눈을 붙여본다.
11시 20분 경, 한밤에 비행기 탑승 수속이 시작되고
옆자리의 이탈리아 아가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새벽
비행기 안에서 시선 높이가 같아지는
일출을 바라보며
바로 몇일 전의 기장 일출을 함께 했던 아빠를 생각하고
차가운 새벽바람과
깨끗한 부산 바다냄새를 생각한다.
리마로 돌아가며
2014년 10월 5일 임기를 마칠 때까지
다시 보지 못할 일출을
연거푸 담아보며
어느새 나는 다시 낯설고도 익숙한 내 집
이제 임기 6개월이 남은...
리마에 돌아와 있다.
여전히 두근두근 뛰는 심장은 외로움이란 괴물과
고독이라는 치명적인 독과 싸워야하고
하루하루 매일 만나는 타국 사람들과의 매끄럽지 못한 의사 소통과
다른 문화와 다른 생활습관들은 나를 미치게 하겠지만
나는 이 곳을 선택했고
다시 여기에 있다.
그래서, 괴물과 좀더 친해질 필요가 있다.
4월도 금방 지나가 버릴테니까.....
그리고 6개월이란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정말 짧다는 것을...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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