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그날의 마음을 담는다

가끔은 눈물을 흘리며
초점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셔터를 누를 때가 있다

한참 또 한참 전의 일이다.

문득 사진들을 정리하다
한뭉터기 쏟아지는 마음에 잠깐 또 울컥한다.

사진은 그래서 또 다른 기억이 된다.

유난히 눈이 고운 골든 레트리버가 슬퍼 보였던 건
내 슬픔의 투영인걸까



기억에 아직도 선명한
그 어느 날

이미 예고된 소식인데도
슬프다


급히 수업을 조절하고 달려간
부산에서 울고 또 울고

그리고 장례식장에선 오히려
차분히 기다리고 기다리며


슬픈 기운에 눌려
조용하기만 한 큰 개를 담는다


많은 기쁨과 많은 슬픔을 함께 했을
이 성당의 강아지


시간의 깊이가 짙은 눈으로


차분하게 말을 한다
누구보다도 슬기롭게
누구보다도 따뜻하게



시간과 신과 죽음 앞에서

인간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인간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고
인간이 맡지 못하는 것을 알고


그렇게 호소하는 눈으로
슬프게 울어주는구나


장례미사가 시작하기 전
관이 들어오기 전

하늘은 마냥 푸르고
햇살은 마냥 좋고

커다란 강아지의 금빛 털을 부드러웠지


장례미사 중엔
눈물이 앞을 가려서
무게가 눌려서
카메라를 들기도
셔터를 누르기도 조심스럽다.


미사 후
묘지에 도착해
관이 내려가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그 순간엔

어찌나 바람이 찬지
어찌나 눈물이 아린지



햇살은 여전히 따사롭게
그렇게 가을이 익어가던 날인데
어찌나 서럽게 울었는지...

하나 둘 그렇게 슬픔이 쌓여도 익숙해지진 않는다.

당신이 있던 세상과 당신이 없는 세상
내가 있던 세상과 내가 없는 세상

영원을 약속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우리, 당분간은 함께 있었다는 것과,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렇게 만남과 이별들을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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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나이를 실감하는 건 주변에 떠나시는 분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살아가고 죽어가는 것은 같은 말인데도, 이별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3. 떠나는 순간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스스로에게 선물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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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적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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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호 2013.10.18 08: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장면 어찌 카메라에 담으셧대요 눈물땜에 앞도 잘 안 보엿을텐데.....
    너무 가슴이 먹먹해서 잘 쳐다보지도 못하겟어요

    • 적묘 2013.10.18 1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호님, 누군가를 위해서 담았답니다.

      울면서도...

      아무래도 또 그리워할거 같아서
      나중엔 아무 기억도 못하실 만큼 슬피 우시길래..
      그랬더랬죠.

      저도 울면서 찍었지만
      한참 지난 후에 다시 보시면서 그랬구나..
      잘 찍었다..라고 해주셨어요.

      사실 살면서 슬픈 상황에서 카메라를 꺼낸다는 것은 참 못할 짓같긴 하더라구요.
      가족이니까..가능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2.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10.19 14: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누군가를 보냈던 기억이 있으셨군요...
    참 그런 일은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일이지 싶습니다..

    사진들이 슬픔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고즈넉하기까지 해요..
    그런데도 참 좋은 사진들이에요...

    • 적묘 2013.10.20 07: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올리브나무님, 가족일 때와 아닐 때는 또 다른 슬픔이고
      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가까운 이들의 가족인 때도..저마다 무게가 다르더군요
      이별에 익숙해지진 않지만
      슬픔에는 익숙해지는 것이 삶이겠지요...

  3. 2013.10.19 14: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적묘 2013.10.19 2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올리브나무님 여러가지가 있는데 주로 영어가 섞여있어요^^
      연습용으로 좋을거예요.

      티스토리 원래주소를 포워딩하면 로긴이 자동으로 안되더라구요.
      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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