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묘피를 사랑한다고 해도 이 계절은 묘피를 위한 계절이 아니고 묘피는 이미 한몸이니 분리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햇살은 뜨겁고 바람은 불지 않는다 태풍과 큰비가 지나간 자리는 눅눅하다 그러나 나의 묘피는 비에 젖지 않았고 이부자리에 깔린 삼베 이불은 가슬가슬 하루 종일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그대 이 여름이 덥고 지루하고 무료하다면 뜨거운 햇살 아래 피하지 못하고 꽃을 피워내는 저 여리디 여린 식물들과 무한히 하품을 반복하면 묘피로 온 몸을 감싸고 있는 동물을 생각하자 이 짐승은 책도 읽지 못하고 컴퓨터도 하지 못하고 피서를 떠나지도 못하며 어떤 맛난 음식을 직접 요리하지도 못하며 묘피를 벗어내 빨래를 할 수도 없다 그저 하는일 없이 이부자리위에 망부석이 되어 딩구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