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368

[철거촌 고양이] 부서진 문을 열고, 무너진 담을 넘어

신기하지 여기는 서울 한 복판 도시 한가운데 어떻게 이런 터가 있는 걸까 신기하지 어떻게 그 모든 걸 쓸어 버리는 와중에도 이렇게 식물들은 자라는 걸까 신기하지... 이렇게 변해버렸는데 나는 아직 여기에 있어 나의 종족을 혐오하거나 무서워하거나 더러워하지 않는 그런 시선 앞에서는 나도 화들짝 놀라거나 경계하지 않아 그저...낯서니까.. 신기하지 그렇게도 믿을 수 없는 존재들임을 아는데도 그냥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건 여기가 이미 당신들의 땅임을 너무 잘 알아서야 세워진 건물을 부수고 또 다른 건물을 세우고 필요없는 것은 거침없이 치우고 그렇게 살아가는 방식에 그저 곁을 스쳐가는 보잘것 없는 존재 나는 그런 존재니까 새로운 담을 세우거나 어떤 경제적인 활동도 할 수 없는 고양이니까 그냥 여기서 잠깐 떠돌다..

[철거촌 고양이] 묘생의 쓴맛짠맛 딩굴딩굴한 맛

집은 잔재가 되고 전봇대는 누워있다 먹을 곳도 없는 이곳에 남아 있는 이유는 그저 갈 곳이 없기 때문 힘든 날들에 낯익은 얼굴과 한줌 사료는 무엇보다 반갑다 더이상 이곳에서 먹을 것을 찾을 수 없는 줄 알지만 갈 곳을 찾지 못하기에 그저 머물러 있다 낯선 사람들과 카메라 앞에서도 이제 생존이 먼저 윤기가 사라진 거칠한 터럭에 갈라진 발바닥 반쪽이 된 얼굴 그래도 아는 이가 왔다고 마음 놓고 몸을 뉘고 한숨인양 한탄인양 하품 한번 서비스 한다 어느 새 나는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 앉아있고 턱시도는 몸을 기댄다 깊게 깨물린 목덜미의 피떡 상처와 머리 꼭대기까지 꽉꽉 물린 자국 너덜너덜해진 귀까지... 딱딱한 발바닥과 망가진 발톱 너의 쓴맛짠맛 묘생을 나는 그저 오늘 딩굴딩굴맛으로 기억하고 싶다 내일은 이곳 마..

[지붕위 고양이] 폭풍성장과 아기냥들의 근황

지붕 위에는 조금 변화가 있었어요 비어있던 공장 지붕이었는데 사무실이 들어오면서 새로 지붕에 에어컨 실외기가 그리고 옆집으로 이어지는 곳에도 실외기가 우두두두~~~~ 뜨거운 지붕 위에 돌아가는 기계가 있으니 예전만큼 고양이들을 자주 보진 못해요 그래도 고양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_+ 저 꼬맹이 기억나시나요? 이 사진들이 뿌연 이유는 모기장을 못 열고 찍어서랍니다 ^^;; 모기장 열고 찍은 사진은 깨끗! 망원을 있는대로 당겨 봅니다. 이렇게 주니어 삼색냥은 여자애라서 엄마랑 같이 다니고 있습니다. 엄마의 동선을 따라 갸우뚱 엄마는 주차장 쪽으로 폴짝 내려갈 생각 빨리빨리 아기가 배워야합니다 도시의 삶은 냉혹하니까요 수컷 아기냥들에겐 세상은 좀더 차갑습니다. 영역이란 것은 한계가 있고 그 안에서 ..

[철거촌 고양이 이야기] 서글픈 숨은그림찾기

나를 유심히 바라본다 나도 유심히 바라본다 나는 발걸음을 옮긴다 조심조심 위태로운 발 아래가 무섭다 금방이라도 발이 밀려나간다 발아래만 신경쓰며 스쳐지나가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눈을 뜨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건물의 잔재들에는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데 찾았다 그 사이엔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있다 이제 세상에 태어난지 두달? 어린 생명도 있고 다부진 눈빛과 꼭다문 입매에서 삶의 의지를 찾았다 2011/07/06 - [철거촌 고양이] 발은 시려도 맘은 따뜻했던 눈오는 날의 기억 2011/07/01 - [철거촌 고양이들] 적묘, 증명사진을 담다 2011/06/30 - [철거촌 고양이] 까칠하기 사포 도배한 가면삼색냥 2011/06/29 - [철거촌 고양이] 녹색계단 위 아래의 비밀 2011/06/22 - [철거..

[철거촌 고양이] 2011년 7월, 많이 울었던 날

일이 묘하게 꼬이고 있습니다 정말...묘묘하게... 제 블로그의 방명록에는 요상한 글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방송작가들의 글인데요 ㅡㅡ;; 거의 야금야금 씹어버립다만 이번엔 환경스페셜 철거촌 고양이에 대해 담고 싶으시다고.... 일단 연락처를 드렸더랬습니다. 몇번의 연락이 오가고 또다시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건물들이 다 헐리고 이제 마지막 남은 주민도 이사를 나갔습니다. 동네 고양이 느낌은 사라지고 그냥 철거촌 고양이 색깔이 짙어진 길냥이들은 부석부석한 털 비쩍 마른 몸 배고픈 눈 어느새 몸을 풀었는지 여기저기 애처롭게 몸을 누입니다. 가방 안의 사료를 톡톡 다 털어 냈는데도 자꾸만 가까이 옵니다 건물을 깨부수는 시끄러운 소리에도 하나둘 사람이 떠나간 적막한 거리에도 낯선 방송국 카메라에도 어..

[적묘의 고양이 이야기] 백묘백색 매력 모자이크

살다보면 힘든 일도 많고 세상에는 고양이도 많고 작은 고양이가 집 안에 있나 하면 길바닥에 있기도 하고 커다란 고양이는 우리 안에 있기도 하고 어린 고양이들이 빛의 속도로 자라나는가 하면 세상엔 어찌나 다양한 얼굴들이 존재하는지 그냥 바라는 게 있다면.. 오늘 하루도 다들... 맛나게 먹고 잘 자고 있길 지구 저편에서 만났던 꽃 한송이 바람 한자락까지 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또 하루를 시작한다 2011/07/21 - [적묘의 사진이야기] OLYMPUS E-PL2,바디+14-42mm+40-150mm 2011/07/21 - [적묘의 사진tip] 고양이 10년을 포토북으로 정리하기 [찍스 디카북] 2011/07/20 - [적묘의 디카북tip] 편집을 보관할 수 있는 포토북 제작주문과정,찍스 2011/0..

[적묘의 부산]40계단문화관 무료사진전,2011년 7월 31일까지,1951년 부산 타임슬립!

1951년 부산으로 타임슬립! 40계단문화관 특별 순회전시가 있습니다. 1951년의 부산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전이지요. 7월 31일까지니 빨리 가보시길! 중앙동 40계단문화관의 상설전시관은 5층입니다 기념관은 전시내용이 그렇게 달라지지 않지만 특별전시관인 6층에서 6월 25일부터 1951년 부산을 볼 수 있답니다. 5층까지 엘리베이터 이용하시고 6 층은 걸어 올라가시면 된답니다. 가는 길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때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조각상 뿐 아니라 시크한 도시 고양이도 만났지요 꽤나.ㅡ.ㅡ;; 돌아 볼거 같이 가더니..;; 발걸음은 여유있게 그러나..;; 돌아보지 않는 냉정한 차도묘ㅡ.ㅡ;; 일단 목적지로!!! 타임슬립하러 특별 사진 전시장으로 들어갑니다. 지금은 없어진 길을 한복을 ..

[지붕위 고양이] 비오는 날도 밥은 먹어야죠!

잠깐 눈이 마주치니까 예전처럼 후다다닥 도망가지 않고 살짝 바라본다 와아.. 너 점점...나한테 익숙해지는거니? 던지다 떨어지면서 터져버린 사료.. 우어..아까워... 아니 뭐..;; 얘네가 와서 먹으니까 괜찮아요!!! 저 이제~~까치 밥도 주는 건가요? +_+ 비가 아니라 물폭탄 수준으로 내리 꽂히던 비가 잠깐 쉬는 사이에 내려다 보니 비닐채로 물고 간 줄 알았던 사료가 삼색 엄마냥이랑 노랑둥이랑 삼색냥주니어랑 아마도 턱시도까지 해서.. 대략 최소 네마리가 먹고 있으니 젖은 사료도 남지 않는다 그리고 봉투 덕에 비에서 살아남은 사료들!!! 역시 하루에 두 봉지에서 세봉지가 적정선인가 셔터 좀 눌렀다고~ 휘릭..자리 옮기는 삼색엄마냥.. 어어..;; 설마 저거..배부른건 아니겠지??? 후딱 내려가 저쪽 ..

[지붕위 노란고양이] 해줄 수 있으니까

저 멀리 노랑둥이가 웅크리고 있다 낮인데!!! 밝은데..... 꼼짝을 안하고 있길래 빨리 렌즈를 바꿔 끼우고 창문을 열고 야옹 평소 같으면 화들짝 놀라 저쪽으로 훌쩍 뛰어갈 녀석이 오히려 몸을 늘어뜨리고 휴식을 취한다.. 어느새 자리를 옮긴 노랑둥이 근데 노랑둥이 발이 이상하다..;; 살짝 눈치 보더니 휙 몸을 돌린다.. 던져 놓은 사료봉지는 어느새 살짝 뜯어 먹고는..;;; 절룩거리며 발을 옮긴다.. 너에게 밥을 줄 수 있으니까 쉴 곳은 주지 못해도 한끼는 굶지 않을 수 있으니까 위태위태한 너의 일상이 언제쯤 여유로운 하루가 될까... 2011/07/05 - [인도네시아,족자카르타] M을 단 우리집 노랑둥이~ 2011/07/05 - [지붕위 고양이] 먹튀와 안습사진 종결자 등극 2011/07/04 - ..

[철거촌 고양이] 발은 시려도 맘은 따뜻했던 눈오는 날의 기억

철거일이 정해졌다고 하네요 7월 중순 경부터 전체적으로 다...철거 칠지도님도 이사날짜 정해지고... 바닥공사 들어갈 모양이예요. 문득..문득..놀라는 것이 옛 사진에서 지금을 볼 때.. 2011/04/28 - [철거촌 턱시도 고양이] 나는 전설이다 얘가 같은 애 맞죠??? 눈이 많이 내렸던 겨울입니다. 제가 작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베트남에 있었으니 아마도 2009년 새해 전후 사진일거예요. 눈이 무척이나 많이 내렸던 날들... 그래도 아직 골목엔 사람들이 살고 눈을 쓸어 길을 만들고 여기저기 방학이라 집으로 간 자취생들의 흔적이 남아 있네요 흰 양말 발가락이 고대로 눈에 시린다 그래서 방학이 더 힘든 대학가 근처 길냥이들 연속되는 눈에 발도 손도 얼음장 언 바닥에 딱딱한 사료 몇알 그대로 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