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묘의 발걸음/한국-이곳저곳

[적묘의 한국]외국에서 6.25를 더 절실히 느끼는 이유,임진각

적묘 2013. 6. 26. 11:37

언제나처럼 수업을 가서...
마주친 페루 교수님들과 인사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북한 대사관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나와서
나는 어디있는지 모른다...고 이야기 하다가

역시나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물론 그분은 오늘이 6.25라는 사실을 몰랐죠.
저는 그냥 그 이야기를 할 순 없었고...

그분의 질문은
북한 사람과 만나서는 안되느냐?
북한에 가족이 있느냐?
북한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만날 수 있느냐?
서로 연락을 하느냐?


페루와 한국의 시차는 14시간

아직 페루는 6월 25일입니다.

페루 코스타 지역은 지금 겨울이라
추운데다가, 건물 건축 방식 자체가
단열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방식의
얼기설기한 벽돌에 페인트가 다인지라
감기가 길어지고 있는데다가

수업하는 곳의 공기도 좋은 곳은 아니여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기에 걸린 상태라
저도 당연히..???

낯선 바이러스에 순순히 몸을 내주고
고생 중입니다..;;;
교사들의 운명이죠..;;; 이 교실에서 걸리고 저 강의실에서 걸리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가방을 열고 수업자료를 꺼내면서도
어질 어질 한데

이런 폭풍 대화에 휩쓸리면!!!!!
물론..ㅜㅜ 내용은 다 스페인어.

제가 역사를 가르쳤었지만, 그걸 스페인어로 풀어내기엔
스페인어를 공부한 것은 겨우 5개월!!!!!

무지막지하게 쉬운 단어들로 풀어갑니다.


전쟁이 끝나고 난 후에
끝난 것이 아니라 쉬고 있는 상태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정부의 성향에 따라서
서로 좋은 대화가 오가고
나이를 많이 먹은 이들이 죽기 전에
가족들을 만나고 싶어 함에 따라서

편지를 보내고 수소문을 해서
만남을 주선하곤 했다....


저의 가족들은 모두
전라남도와 부산에 있기 때문에
아무도 북한 쪽에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타고 올라가면
누군가는 북한에 있을 수도 있지요.



그들이 모두,
그렇게 정치적인 이념문제로
서로 못 죽여서 안달하면서
싸웠던 전쟁이 아니니까요.

그냥 거기 살던 사람들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은
무엇인지도 모르고 휩쓸려 갑니다.

전쟁이 일어난지도 모르고 살아가던
영화 속 동막골 사람들처럼요...


그래서 전쟁은 더 슬픕니다.

생각지도 않은
지구 반대편의 페루에서도

이런 질문을 받게 만드니까요.


예전에 어떤 택시기사가 묻더군요.

어떤 사람들이 페루에서 만나서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러면 자유롭게 남한과 북한을 오가면서
살아갈 수 있냐고.

그건 금지되어 있는 문제라고.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라고 대답했던 것이....

작년 이맘때인가 봅니다.



외국에 있으면

더 자주 듣습니다.




위험하니까
그냥 베트남에서 살아라
인도네시아에 살아도 된다...
페루로 국적을 옮겨라



무한히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나는 이 멀고 먼 땅에서도
이런 질문을 들어야 하는구나

이것이 우리 나라의 현실이구나



니네 전쟁 언제 난다고 하드냐?

부모님들 괜찮으시냐....



우리나라 보다 생활 경제 수준이 떨어지고
문화적 발달과 교육 수준에 봉사활동자가 필요한
나라들에 와서

내 나라의 모습을 봅니다.


그들 눈에는 한류와 멋진 드라마와
그리고 추상적인 한국전쟁


끝나지 않은 전쟁


만날 수 없는 가족과
갈 수 없는 고향이 보입니다.

같은 언어를 쓰는데
대화해서는 안되는 남한과 북한을 말해야 합니다.


한류스타들의
군대 입대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소녀팬들에게
제 한국어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와 떨어질 수 없는 군대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합니다...


아름다운 나라의
좋은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은데....


한마디씩 듣는 질문은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페이스북으로 쏟아지는 걱정과 질문도
지겹습니다..ㅠㅠ


너희들은 통일을 원하니?
독일처럼?
그런데 왜 이러니?



역사인식과 당위성에서

대통령의 선서에도 나타나있듯...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부디..그러하길...

한국에 돌아갈 때는, 좋은 소식들로 가득하길

그래서 다음 번 또 언젠가 이런 대화가 시작되면
이런 질문들을 받기 시작하면....

우리는 좋은 관계야. 걱정하지마...
이렇게 말할 수 있길 절실히 절실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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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임진각은 안보관광지랍니다. 안보관광이란 말이 사라지길 바라며.

2. 몽골,베트남에서 살때, 무슨 일이 생기면 북한식당 금지령부터 내렸더랬죠.

3. 페루는 예전엔 북한정부와 더 좋은 관계였다가, 지금은 우리나라와 돈독한 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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