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촌 26

[적묘의 고양이]사진만 남은 철거촌 아기 고양이를 기억하다

손바닥에 올라올만한 쪼끄만 아기 고양이가 귀여운 장갑을 낀 앞발 두개를 모으고 자고 있다... 고 생각했다. 페루에 오기 전, 마지막으로 들린 철거촌의 기억... 눈이 내려서 더 춥고 힘들겠지.. 아직도 살아있는 고양이들이 있겠지... 이미 그때도 기초 공사가 시작되었고 힘들게 촬영허가를 받은 kbs 환경스페셜팀이 계속 화면을 담았다고 하니... 아이러니하게도.. 고양이들의 마지막 공간을 부수는 것도 cat였다.. 습하고 더웠던 작년 장마철... 건축 잔재들 사이로 파릇하게 잎사귀가 올라오고 폐건축물 사이에 힘없이 늘어져있던.. 이 꼬맹이.. 길냥이에겐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 그냥 특징적으로 노랑이, 줄무늬, 턱시도 색이나 무늬나 크기로 대충..구분만 한다, 이름을 지어주면... 책임까지 져야 할것 ..

[적묘의 철거촌 고양이 기록] 천일동안 혹은 그 이상

천일...혹은 그 이상 조금씩 눈에 보이고 조금씩 다가가고 약간은 익숙해지고 정겨운 동네가 조금씩 무너지는 것을 담게 되고 어느새 사람들은 떠나고 도시 한가운데 섬처럼 그렇게 부유하다가 사라지고 떠날 곳이 있는 이들은 부럽고 마음붙이고 살 곳은 필요하고 지금까지 나를 보호해주던 벽들도 쉬이 무너지는 것을 알게 되고 몸을 뉘였던 집들도 잡초들이 무성해질 뿐 잠깐 눈 돌린 사이에 동네가 바뀌고 터전이 사라진다 이제 어디로도 갈 수 없는 뱃속의 아이들은 대부분 죽고 어미들조차 굶주림에 지치고 같이 지쳐가고 있다.. 어디론가 떠나야 하니.. 나도 그만.... 천일동안의 기록을 마무리 천일동안 재개발이 진행되었고 천일동안 사람들은 떠나가고 천일동안 고양이들은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무지..말라버렸어요..ㅜㅜ ..

[철거촌 고양이] 부서진 문을 열고, 무너진 담을 넘어

신기하지 여기는 서울 한 복판 도시 한가운데 어떻게 이런 터가 있는 걸까 신기하지 어떻게 그 모든 걸 쓸어 버리는 와중에도 이렇게 식물들은 자라는 걸까 신기하지... 이렇게 변해버렸는데 나는 아직 여기에 있어 나의 종족을 혐오하거나 무서워하거나 더러워하지 않는 그런 시선 앞에서는 나도 화들짝 놀라거나 경계하지 않아 그저...낯서니까.. 신기하지 그렇게도 믿을 수 없는 존재들임을 아는데도 그냥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건 여기가 이미 당신들의 땅임을 너무 잘 알아서야 세워진 건물을 부수고 또 다른 건물을 세우고 필요없는 것은 거침없이 치우고 그렇게 살아가는 방식에 그저 곁을 스쳐가는 보잘것 없는 존재 나는 그런 존재니까 새로운 담을 세우거나 어떤 경제적인 활동도 할 수 없는 고양이니까 그냥 여기서 잠깐 떠돌다..

[철거촌 고양이] 묘생의 쓴맛짠맛 딩굴딩굴한 맛

집은 잔재가 되고 전봇대는 누워있다 먹을 곳도 없는 이곳에 남아 있는 이유는 그저 갈 곳이 없기 때문 힘든 날들에 낯익은 얼굴과 한줌 사료는 무엇보다 반갑다 더이상 이곳에서 먹을 것을 찾을 수 없는 줄 알지만 갈 곳을 찾지 못하기에 그저 머물러 있다 낯선 사람들과 카메라 앞에서도 이제 생존이 먼저 윤기가 사라진 거칠한 터럭에 갈라진 발바닥 반쪽이 된 얼굴 그래도 아는 이가 왔다고 마음 놓고 몸을 뉘고 한숨인양 한탄인양 하품 한번 서비스 한다 어느 새 나는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 앉아있고 턱시도는 몸을 기댄다 깊게 깨물린 목덜미의 피떡 상처와 머리 꼭대기까지 꽉꽉 물린 자국 너덜너덜해진 귀까지... 딱딱한 발바닥과 망가진 발톱 너의 쓴맛짠맛 묘생을 나는 그저 오늘 딩굴딩굴맛으로 기억하고 싶다 내일은 이곳 마..

[철거촌 고양이 이야기] 서글픈 숨은그림찾기

나를 유심히 바라본다 나도 유심히 바라본다 나는 발걸음을 옮긴다 조심조심 위태로운 발 아래가 무섭다 금방이라도 발이 밀려나간다 발아래만 신경쓰며 스쳐지나가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눈을 뜨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건물의 잔재들에는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데 찾았다 그 사이엔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있다 이제 세상에 태어난지 두달? 어린 생명도 있고 다부진 눈빛과 꼭다문 입매에서 삶의 의지를 찾았다 2011/07/06 - [철거촌 고양이] 발은 시려도 맘은 따뜻했던 눈오는 날의 기억 2011/07/01 - [철거촌 고양이들] 적묘, 증명사진을 담다 2011/06/30 - [철거촌 고양이] 까칠하기 사포 도배한 가면삼색냥 2011/06/29 - [철거촌 고양이] 녹색계단 위 아래의 비밀 2011/06/22 - [철거..

[철거촌 고양이] 2011년 7월, 많이 울었던 날

일이 묘하게 꼬이고 있습니다 정말...묘묘하게... 제 블로그의 방명록에는 요상한 글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방송작가들의 글인데요 ㅡㅡ;; 거의 야금야금 씹어버립다만 이번엔 환경스페셜 철거촌 고양이에 대해 담고 싶으시다고.... 일단 연락처를 드렸더랬습니다. 몇번의 연락이 오가고 또다시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건물들이 다 헐리고 이제 마지막 남은 주민도 이사를 나갔습니다. 동네 고양이 느낌은 사라지고 그냥 철거촌 고양이 색깔이 짙어진 길냥이들은 부석부석한 털 비쩍 마른 몸 배고픈 눈 어느새 몸을 풀었는지 여기저기 애처롭게 몸을 누입니다. 가방 안의 사료를 톡톡 다 털어 냈는데도 자꾸만 가까이 옵니다 건물을 깨부수는 시끄러운 소리에도 하나둘 사람이 떠나간 적막한 거리에도 낯선 방송국 카메라에도 어..

[철거촌 고양이] 발은 시려도 맘은 따뜻했던 눈오는 날의 기억

철거일이 정해졌다고 하네요 7월 중순 경부터 전체적으로 다...철거 칠지도님도 이사날짜 정해지고... 바닥공사 들어갈 모양이예요. 문득..문득..놀라는 것이 옛 사진에서 지금을 볼 때.. 2011/04/28 - [철거촌 턱시도 고양이] 나는 전설이다 얘가 같은 애 맞죠??? 눈이 많이 내렸던 겨울입니다. 제가 작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베트남에 있었으니 아마도 2009년 새해 전후 사진일거예요. 눈이 무척이나 많이 내렸던 날들... 그래도 아직 골목엔 사람들이 살고 눈을 쓸어 길을 만들고 여기저기 방학이라 집으로 간 자취생들의 흔적이 남아 있네요 흰 양말 발가락이 고대로 눈에 시린다 그래서 방학이 더 힘든 대학가 근처 길냥이들 연속되는 눈에 발도 손도 얼음장 언 바닥에 딱딱한 사료 몇알 그대로 폴짝!!!..

[철거촌 고양이] 녹색계단 위 아래의 비밀

햇살 좋은 날.. 녹색 계단은 일광욕 해바라기 변신용 명당자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칠지도 언니의 발걸음 야옹야옹 어색한 소리~ 바스락 사료 소리~ 신난 고양이들의 계단 내려오는~ 부드러운 발 젤리는 소리조차 숨겨준다 계단 마다 놓인 일용할 양식에 바빠지는 발걸음 계단 아래 빼꼼이 숨어있던 고등어 태비 한마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그치자 그제야 계단위로 폴짝! 도톰하게 예쁜 꼬리를 기분 좋게 까딱이며 밥을 먹는다. 누가 볼세라.. 급히 먹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가 셔터 소리에 화들짝 놀라 또 발걸음을 옮긴다.. 아아..너의 아지트는 저기였구나.. 다행이다.. 비가 와도 괜찮겠구나~ 당분간은 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2011/06/22 - [철거촌 고양이] 녹색계단의 어색한 야옹야옹..

[철거촌 고양이] 녹색계단의 어색한 야옹야옹

신나게 날아보자 빨리 가자!!! 소심한 야옹야옹 어색한 야옹야옹 불러대는 소리에 바스락거리는 사료 봉지 소리에 나도 폴짝!!! 잠깐이지만 날아본다 어색한 야옹야옹 소리에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긴 하지만 봐주자고... 쟤는 네 발로 걷지도 못하고 짧거나 길거나 꼬이거나..어쨌거나 꼬리 하나 없는 몸가짐도 우아하지 못한 두발 짐승이니까 우리가 봐주는 수 밖에~ 남 밥 먹을 때 카메라 들이대는 매너 교육도 못 받은 두발 짐승이니까.. 어쩌겠어... 타고나길 우아하게 태어난 우리가 참는 수 밖에... 2011/06/20 - [지붕위 젖소고양이] 뜨거운 양철지붕위의 고양이???? 2011/06/18 - [적묘의 고양이이야기] 지붕에도, 집안에도 냥이덩어리들 2011/06/16 - [철거촌과 지붕] 길고양이와의 거리..

[철거촌 고양이] 날아라. TNR 노랑고양이

몇년 전부터.. 이 동네 올때마다 눈도장을 찍었던 노란색 길냥이 노길이예요. 몇번이나 제 글에 소개되었던 인간친밀형 길냥이.. TNR 고양이랍니다. 지금은 이... 노길이가 누워서 쉬고 있는 이 건물까지 철거가 끝났습니다. 남은 건.. 녹색 계단.... 중장비들이 저쪽으로 오가니까 진작부터 이쪽으로 와서 밥을 먹는 고양이들... 이 앞에 더 가까이 갈 수 없어서 아쉽... 날 준비!!!! 훌~~~쩍~~~~~ 무사히 착지!!! 그리고 냠냠 아이라인 꼬맹이 더 많이 먹으라고 양보해주는 노길이 삼촌... 노랑둥이 모음 2011/04/20 - [황새와 고양이] 날개+네발+두발 2011/04/16 - [지붕위 고양이] 타당한 이유가 있다 2011/01/28 - [풍요 속의 빈곤] 네가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동안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