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묘의 일상/적묘의 고양이 이야기

[풍요 속의 빈곤] 네가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동안

적묘 2011. 1. 2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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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해 봄에 태어났나보다.

혹은 그 전 해 겨울..

작고 작은 생명을 기댈 곳이 없어

도시 한가운데 덩그라니

서로 바라볼 수 있는 핏줄 하나 남겨 놓고

바지런히 생명을 부여잡고 있구나






자기 욕심껏 먹지도 않을 생명을 죽이는 것은

인간 밖에 없다더니..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잡아들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쓰레기봉투로 들어가는 것이 더 많다





아스팔트보다

차갑고 딱딱한 도시사람들은

음식물 찌꺼기도 모두 꽁꽁 묶어버린다.


귀를 막고 눈을 감듯

이해관계를 위해서 지갑을 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너를 위해 음식을 나눠 주는 것에는
어떤 이해관계도 없으니까..

너의 눈동자는 무섭고

너의 울음 소리는 밤잠을 설치게 하고

너의 못 먹어 거칠할 털은 세균덩어리 더럽다

도시에서 인간들이 허락한 것은 아무것도...

고양이 세수조차 할 여유가 없도록 내몬다.


도시에서 고양이란

살아있을 가치가 없는 존재니까



온 몸의 긴장과

눈에 서린 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굶주린 배는

생존을 주장한다.

태어났으니까

살아있으니까

여긴 당신들만의 세상이 아니니까..





네가 마음 편하게 쓰레기를 뒤적여
생존을 도모할 수 있도록

나는 빨리 자리를 뜬다..




딱히 배고프지 않지만
맛있는 것을 즐길 줄 아는 인간
문화적인 식탐을 위해서

약속을 지키는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늦지 않고 착석한다.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고기를 뜯으며

너의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렇게 그 밤을 긴 이야기와

한잔의 술과 커피에 취해


고양이와 꽃과 밤을 걸었다.





올 봄엔

온천천에 그 많은 고양이들이

여유롭게 벚꽃 아래서 꽃잎을 따라다니며

햇살을 만끽하는 걸 보고 싶어





사람들이 누리는 풍요를

함께 나누고 싶어


그냥 햇살 아래를 걸어다닐 수 있는 정도의 풍요...

그만큼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

동양은 주지 못할 망정 쪽빡은 깨지 말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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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도시 고양이들이 제일 불쌍해

2. 우리나라 캣맘-길냥이 밥주는 사람-들도 홧팅 ㅠㅠ
날도 추운데 넘 힘들죠 도닥도닥. 울집 주차장애들은 어케되었을까낭.

3. 문화적 인간의 자연생태적인 합의점이 현실화되는 건 언제쯤?

뱀다리 하나!

불우이웃이나 도와라..라는 댓글 꼭 달리던데. 돕고 있어요!!!
그러니 님도 불우이웃도 돕고 불쌍한 동물들도 좀 도와주세요.
아니 괴롭히지만 말아주세요

모두가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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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마음으로 적묘 씀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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