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묘의 일상/적묘의 고양이 이야기

[길고양이의 시간] 지붕 위의 8개월

적묘 2010. 8. 13. 08:00





300만 화소의 똑딱이 줌이 아쉽지 않을만큼

네가 나에게 다가오는 시간



8개월

 

똑딱이의 줌이 너무도 아쉬울만큼 거리가 멀었던 길냥이들이

 

이만큼 다가오기까지의 시간이다....

 

 

2004년에서 2005년까지 함께 겨울을 지냈던 지붕 위 고양이들을 기억한다...

  

단이와..뉴이...이름을 붙여 주고 내가 데리고 오고 싶었던 길냥이들이다.

 

 

똑딱이의 광각으론 한계, 너무 멀어서 디지털줌까지 다 끌어다 썼다.




부산대 앞 어느 골목의 학원강사를 하고 있던 나는

 

이미 고양이면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던 지라

 

이 동네의 길냥이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던 터였다.




 

학생들의 고양이가 아파요..란 이야기에

 

후다닥 나가보니..

 

살이 하나도 없이 허리가 홀쪽하고

 

얼굴은 있는대로 얻어터진 이녀석..

 

노랑둥이를 만나게 되었다

우리 집고양이들을 직립하게 한 맛살은
이 고양이의 생명줄이 되었을 것이다.




사람을 그렇게 무서워하고 옆에 다가오는 고양이마저 내치던

 

이 상처투성이 노랑이가 점점 다가온다.





제일 싸구려 양많은 맛살을 한아름 가지고 가서

 

그거라도 열심히 먹였더니




저 앙상한 몸에 조금은 살이 오르고 눈이 나아가는 것이 보인다




솟아라!!!!

맛살 파워!!!!


만족스런 장미빛혀!!!!




하나 둘씩 거리를 좁혀가는 길냥이들과....



나 외에도 이 지붕을 끼고 있는 건물들에서

 

여기저기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붕 위에  던져지는 것은

생각없이 버려지는 쓰레기들과  담배꽁초와

  

고양이를 맞추기 위해 음료수 캔들만이 아니었다




그해 겨울은 유독 추웠고

 

 

부산에도 눈이 많이 왔었고




길고양이들은

 

 

눈이나 얼음을 핥아 먹으며 병에 걸릴 확율이 높아졌다





개인의 힘으론 한계가 있어

 

디시인사이드, 냥겔러들의 도움으로

 

대용량 사료를 애들 전용으로 먹였었고

맡은 편 건물의 대학생과도 친분을 쌓게 되고

 학원 학생들도 많이 도와주었지만,





 

여전히 고양이가 시끄럽다며

 담배꽁초를 던지고 침을 뱉는 이들도 그대로 였다.


8개월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이 지붕 위의 친구들 덕이었는데....


노랑이, 뉴이, 단이, 클론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주고 불러주었던 그 아이들은 

한국 길냥이 평균 수명 3년을 생각할 때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겠지...

  

노랑이는 그 이후에도 종종 싸우고 터져서 돌아오곤 했고 

고등어 무늬와 점박이, 턱시도는 왔다갔다 하며 얼굴을 보여주기도 하고 ...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는 학생의 말로는 일년 정도 더 보이다가 고양이들이 사라졌다고도 한다...

 

 

그 후, 몰래 들어가 먹이를 주기도 하고 살짝 애들을 꼬셔 내서 한 마리는 입양도 시켰고 

뉴이와 단이는 반쯤 이동장에 넣었다가 실패했었다...

 

  

 

도시 속에서 태어나 자라나 죽는 어린 생명들이다... 
지붕 위에서 나른히 햇살을 즐기는 여유정도는 허용하면 안될까? 

 저 도둑고양이 새끼!!! 하면서 침을 뱉고, 음료수 캔을 집어 던지고
동전으로 맞추는 것을 보면서.

 

사람에 대한 믿음, 생명에 대한 존중이 자꾸 흔들린다. 

그저, 살아있는 동안 지붕 위에서 여유 정도는 즐길 수 있도록 허용해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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