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7

[적묘의 페루]공존의 미덕,시장 고양이가 부러운 이유

페루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은 고양이들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여유이다.. 처음 장기로 봉사활동을 했던 몽골은 척박하고 추운 땅이여서 고양이를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베트남에서도 수도 하노이는 이미 복잡한 도시여서 가끔씩 보는 고양이들은 모두 집고양이나 가게, 사찰의 고양이였다 인도네시아나 라오스, 필리핀에서는 고양이들이 더위에 느른하게 있는 기분 그러나 우기가 있어서 간혹 시기에 따라 건강상태가 좋진 않았고, 더워서 유난히 다 말랐던 듯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반응이나 동물에 대한 반응이 그렇게 다를바 없다고 생각한다. 한송이 꽃을 안타까워하는 이가 단지 그의 즐거움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좀처럼 없을 테니 그래서 페루의 이런 일상 풍경이 좋다 그냥... 시장엔 화단이 있고 화단엔 고양이가 있고 ..

[적묘의 고양이]환경스페셜,철거촌 고양이,2012년 6월 20일(수) 밤 10:00~10:50 KBS 1TV 방송

작년 3월에 베트남에서 6개월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6개월만에 다시 만난 대흥동의 길냥이들을 다시 담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7월... 코이카 페루 파견이 확정되면서 국내훈련 입소를 앞두고 KBS 환경스페셜 작가 한분이 제 블로그 방명록에 글을 남겼습니다. 인터뷰와 기록 요청이었지요 - 네티즌들의 얼굴에 대한 평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전혀 인터뷰를 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케 되려나 모르겠네요..ㅡㅡ 겁납니다. 제가 아니라 길냥이들의, 철거촌 고양이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록이니까요... 우리 바로 옆에 있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 보지 않아도 존재 하는 것 불편한 진실 엄연히 여기에도 생명이 살아 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죽어간다는 것 무언가 답을 얻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

[적묘의 고양이]사진만 남은 철거촌 아기 고양이를 기억하다

손바닥에 올라올만한 쪼끄만 아기 고양이가 귀여운 장갑을 낀 앞발 두개를 모으고 자고 있다... 고 생각했다. 페루에 오기 전, 마지막으로 들린 철거촌의 기억... 눈이 내려서 더 춥고 힘들겠지.. 아직도 살아있는 고양이들이 있겠지... 이미 그때도 기초 공사가 시작되었고 힘들게 촬영허가를 받은 kbs 환경스페셜팀이 계속 화면을 담았다고 하니... 아이러니하게도.. 고양이들의 마지막 공간을 부수는 것도 cat였다.. 습하고 더웠던 작년 장마철... 건축 잔재들 사이로 파릇하게 잎사귀가 올라오고 폐건축물 사이에 힘없이 늘어져있던.. 이 꼬맹이.. 길냥이에겐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 그냥 특징적으로 노랑이, 줄무늬, 턱시도 색이나 무늬나 크기로 대충..구분만 한다, 이름을 지어주면... 책임까지 져야 할것 ..

[목동,송학한방삼계탕] 들깨삼계탕, 그리고 후식은 이디야 커피~

서울 일정이 길어진 이유 중 하나는 모 피디님을 만나게 되어서지요.. 훈련소 생활이 끝나고 가까운 지인들만 빨리 보고 후딱 집으로 갈랬더니 밥사주신대서 +_+ 목동역 3번 출구입니다. 시원한 그늘이 조성되어 있어 좋네요!!! 잠깐 앉아서 기다려봅니다~ 처음 사스키 언니가 주었을 땐 이런 무늬를 안쓰는데 하고 하악. 난감 했는데 너무너무 가볍고 무진장 많이 들어가는 덕에 어느새 요렇게 오래 써서 가방이 닳았어요. 사랑스런 무늬 하나 담아 보고 있자니 새삼 주변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맘이 새록새록 사실 식당을 일부러 고른 것도 아니고 피디님도 저도 완전 처음인 동네라서 어디 갈까 하다가 그냥 역 앞에서 쪼꼼만 걸어가면 바로 나오는 삼계탕집으로 들어갔어요. 송학한방삼계탕집인데 어라~ 손님 많습니다!!! 주문..

[적묘의 철거촌 고양이 기록] 천일동안 혹은 그 이상

천일...혹은 그 이상 조금씩 눈에 보이고 조금씩 다가가고 약간은 익숙해지고 정겨운 동네가 조금씩 무너지는 것을 담게 되고 어느새 사람들은 떠나고 도시 한가운데 섬처럼 그렇게 부유하다가 사라지고 떠날 곳이 있는 이들은 부럽고 마음붙이고 살 곳은 필요하고 지금까지 나를 보호해주던 벽들도 쉬이 무너지는 것을 알게 되고 몸을 뉘였던 집들도 잡초들이 무성해질 뿐 잠깐 눈 돌린 사이에 동네가 바뀌고 터전이 사라진다 이제 어디로도 갈 수 없는 뱃속의 아이들은 대부분 죽고 어미들조차 굶주림에 지치고 같이 지쳐가고 있다.. 어디론가 떠나야 하니.. 나도 그만.... 천일동안의 기록을 마무리 천일동안 재개발이 진행되었고 천일동안 사람들은 떠나가고 천일동안 고양이들은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무지..말라버렸어요..ㅜㅜ ..

[철거촌 고양이] 부서진 문을 열고, 무너진 담을 넘어

신기하지 여기는 서울 한 복판 도시 한가운데 어떻게 이런 터가 있는 걸까 신기하지 어떻게 그 모든 걸 쓸어 버리는 와중에도 이렇게 식물들은 자라는 걸까 신기하지... 이렇게 변해버렸는데 나는 아직 여기에 있어 나의 종족을 혐오하거나 무서워하거나 더러워하지 않는 그런 시선 앞에서는 나도 화들짝 놀라거나 경계하지 않아 그저...낯서니까.. 신기하지 그렇게도 믿을 수 없는 존재들임을 아는데도 그냥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건 여기가 이미 당신들의 땅임을 너무 잘 알아서야 세워진 건물을 부수고 또 다른 건물을 세우고 필요없는 것은 거침없이 치우고 그렇게 살아가는 방식에 그저 곁을 스쳐가는 보잘것 없는 존재 나는 그런 존재니까 새로운 담을 세우거나 어떤 경제적인 활동도 할 수 없는 고양이니까 그냥 여기서 잠깐 떠돌다..

[철거촌 고양이] 묘생의 쓴맛짠맛 딩굴딩굴한 맛

집은 잔재가 되고 전봇대는 누워있다 먹을 곳도 없는 이곳에 남아 있는 이유는 그저 갈 곳이 없기 때문 힘든 날들에 낯익은 얼굴과 한줌 사료는 무엇보다 반갑다 더이상 이곳에서 먹을 것을 찾을 수 없는 줄 알지만 갈 곳을 찾지 못하기에 그저 머물러 있다 낯선 사람들과 카메라 앞에서도 이제 생존이 먼저 윤기가 사라진 거칠한 터럭에 갈라진 발바닥 반쪽이 된 얼굴 그래도 아는 이가 왔다고 마음 놓고 몸을 뉘고 한숨인양 한탄인양 하품 한번 서비스 한다 어느 새 나는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 앉아있고 턱시도는 몸을 기댄다 깊게 깨물린 목덜미의 피떡 상처와 머리 꼭대기까지 꽉꽉 물린 자국 너덜너덜해진 귀까지... 딱딱한 발바닥과 망가진 발톱 너의 쓴맛짠맛 묘생을 나는 그저 오늘 딩굴딩굴맛으로 기억하고 싶다 내일은 이곳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