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무엇을 기대했던가.
토끼와 지내는 행복한 이야기? 귀여운 토끼가 나오는 동화책.
이렇게 제목이 주는 기대감을 철저히 무너뜨린 것은 첫 페이지부터.
순식간에 넘길 수 있는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책을 넘길 수 없는 무거운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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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넘길 수 있는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책을 넘길 수 없는 무거운 책장.
철저한 고독
군중 속에 있어도, 가족 안에 있어도, 집에 있어도 나는 혼자이다.
나는 사람들 속의 토끼.
잘못 태어난 생명, 잘못 살아가는 삶. 하루하루가 무겁고 무섭다.
그러나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한 줄 한 줄이 모두 내 이야기
엄마는 왜 나에게 그렇게 혼자 있냐고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다고 하고 나는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이 무섭고
단 한 번도 그 안에서 편했던 적이 없어.
나는 사람이 아니라 토끼인가.
작중의 나는 정말 토끼로 그려지고 있다. .
그리고 그의 부모, 그의 친구들은 같이 붙어있고 함께 있고 같은 일은 하고 같은 공간에 있지만 사실, 그들도 서로 잘 알지 못하지. 그들도 가까운 척 하지만, 아니야. 사실은 아니야.
그들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고 외롭지. 고독하지, 사람인척 할 뿐.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 간극을 적당히 아닌 척 하는 것.
그것이 쉬운 사람도 있고 어려운 사람도 있어.
난 그게 어렵고, 그걸 다행히 동화책 속의 할아버지도 알고 계시네.
사실, 동화책 속의 할아버지도 사람이 아니라 토끼....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조금 책 속의 나를 위안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첫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너무 무거워서 책을 덮는 순간 내가 가벼워짐을 느낀다.
그건, 작가도, 책 속의 나도, 책 밖의 나도, 사실, 14살은 오직 토끼하고만 보냈기 때문이 아닐까.
화사한 동화책을 기대했다면 상당히 놀랄 책
그러나 다시 한번 꼭 읽어보라고, 친구에게도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다시 한번 책장을 넘기고 싶어지는 책.
14살 아이들에게도 40살 어른에게도, 80살 노인에게도
자신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무게감이 있는 책이다.
자존감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처럼 그려낸 무거운 동화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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