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없는고양이 5

[철거촌 고양이] 나는 전설이다 3

도시전설로 남는다 나지막히 이어지던 2,3층 집들도 골목길을 따라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심스레 다니던 길고양이들도... 도로는 차단되고 집들은 철거되고 중장비가 지나간 흔적 위를 길냥이가 걷는다 누군가의 보금자리는 훤히 속을 까발려 날리는 꽃송이와 구름 둥둥 하늘빛 벽지가 비를 흥뻑 담는다 탐스러운 장미도 곧 조각난 돌조각들과 함께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지겠지 그렇게 사라지는 옛 거리를 기억한다. 사라진 동네를 묵묵히 지킨다 저 길을 따라 갈 용기가 생기지 않으니 참..마음이 그래.. 2011/06/06 - [철거촌 고양이] 유리 카펫 위의 차력고양이 2011/06/05 - [철거촌 고양이] 적묘와의 거리, 밀당을 즐기다 2011/06/05 - [철거촌 고양이] 빙빙 제자리 맴돌기 2011/06/03..

[철거촌 삼색고양이] 나는 전설이다2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아무도 없다. 여기서 태어나 자랐는데 집은 무너지고 동네는 사라진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조차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 대낮에도 큰 길을 어슬렁거리며 걷는다. 몇번의 시끄러운 소리 단지 그것으로 세상의 많은 것들은 사라진다 거칠어진 털 무뎌지는 발바닥 처음부터 정상인 것도 없었다 태어날때부터 어미의 영양이 부족해 꼬리가 짧게 태어났고 운이 부족해 인간의 집에서 사랑받지 못했고 풍족한 것이 무엇이었던가 사라진 세상을 바라본다 낯선이의 발자국에 놀라기엔 셔터 소리에도 도망가기엔... 그닥... 더이상 놀랄 것이 없는... 지금 가장 놀라운 것이 있다면 저 길 건너편엔 꽃이 피어있다는 것 정도일까.... 2011/05/25 - [철거촌 고양이들] 계단에는 햇살이 내리는데 2011/05/..

[철거촌고양이]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괜찮아요 같이 있으니까 혼자가 아니니까 사람들이 지르는 소리 들리지 않고 밤길 오가는 동안 무언가 집어 던지지 않으니 남들이 보기엔 어떻지 몰라요 그래도 아직은 비피할 곳이 있고 밥주는 이가 있고 아직 태양이 있고 지구는 돌고 있어요 온기를 나눠주는 따뜻한 마음이 있고 이 벽은 아직 튼튼해요 언제 우리가 내일을 알고 살았던가요 그건 모두가 다 마찬가지 여기가 다 무너진데도 옆으로 이동하면 되겠죠 물론... 어디서도 반갑게 맞아주지 않는 길고양이 신세지만 인기척에 후다닥 도망가다는 법을 배운 것이 짧은 묘생의 가장 큰 배움이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따뜻한 목소리로 불러주고 가끔 맛난 것도 챙겨주고 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이렇게 공유하기도 하니까요. 2011/04/28 - [철거촌 턱시도 고양이] 나는 전설..

[철거촌 턱시도 고양이] 나는 전설이다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아무도 없다. 여기에 밤마다 음식을 놓아주던 이도 오가면서 살갑게 인사하던 이도 없다 여기서 태어나 자랐는데 세상이 변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몇번의 시끄러운 소리 몇 일의 무너짐 그리고 쓸어감 어디론가 사라진 사람들 어디서 먹을 것을 구할까 아직은 바람을 피해 따스한 햇살을 누릴 수 있는 벽이 남아있으니 괜찮아 이제 힘든 겨울이 지났으니 봄을 맞아 꽃이 피고 모든 일상이 따스할 거라 생각했는데.. 힘겹게 벽을 올라간다 이 벽은 언제 사라질까 공사장이 아닌 곳은 도로.. 도로가 아닌 곳은 철거예정지 언제나 쫒겨다니는 것이 생의 전부였지 뒤돌아 봐도 사실... 마땅한 답도 나오지 않아 다시 한번 벽에 오른다 신이 있다면 내가 극복할 수 있는 만큼의 벽만 눈 앞에 놔..

[천국의계단,철거예정] 집없는 고양이들을 만나다

몇년을 이 골목길을 오가면서 이렇게 너를 똑바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 이런 밝은 낮에 너를 본 적이 있었던가? 어둑어둑한 길에서 카메라 성능을 탓하면서 고감도 카메라로의 업글을 부르짖곤 했는데 순식간에.. 이곳은 천국으로 변하고 날개없는 천사들이 날아오른다 하나 둘... 점프.. 아. 마음의 준비가 없을 때라.. 너무 급하게 담아서 그저 아쉬울 뿐..ㅠㅠ 사람들이 떠난 곳에 고양이들이 깃들었다 내가 꿈꿔 왔던 고양이들의 천국 낯선 고양이들이 계단을 줄지어 내려온다... 여기가 천국의 계단이라면.. 이 고양이들은 집없는 천사 후원자는 2년이 넘도록 여기서 사료 셔틀을 하고 있는... 칠지도님 이렇게 가까이서 고양이들을 담을 수 있었던 것도 적묘는 낯설지만.. 칠지도님은 2년을 넘도록 봐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