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묘의 일상/적묘의 고양이 이야기

[적묘의 페루]센뜨로 데 리마에서 삼색고양이와 놀아준 이유

적묘 2013. 11. 27. 07:30

시선을 맞춘다
네가 나를 바라본다

날카로운 발톱이 잘 갈무리된 앞발이
부드럽게 나를 건드린다.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거리가 느껴지는 사람들과는 달리
그렇게 온 몸으로 맘으로
나에게 집중하는 너에게
내가 어찌 웃음을 던지지 않을 수 있을까?

순간에 충실하게
나도 너에게 집중한다



유난히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
센뜨로의 뒷길은
옛스럽고 좋아하는 건물이 있는 맘에 드는 길이지만
항상 조심하라는 말을 듣는 곳이고


회사나 단체에 인수되지 못해서
리모델링이 되지 못한
옛 건물들이 외곽만 남아
안쪽은 썩어 문드러지고
바스라지고 있는 중에

하나씩 쪼개서 세를 주고
저렴한 돈으로 세를 얻은 이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간다.

그래도 사람이 산다


그래도 고양이가 있다


무엇 하나 줄 것이 없다면
마음을 주면 된다


시간을
관심을
손길을


누구도 함께 하지 않는 시간이란 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누구나 알지만
그렇다고 쉽게 도와주진 못하는
삶의 지쳐 버려지는 시간의 조각을
너와 함께 나눈다


낡은 건물 바닥에 쪼그려 앉아본다.
함께 간 친구에게
등 뒤쪽을 잠깐 봐달라고 부탁하고
카메라를 꺼낸다.


다만 곁에 있고
눈을 마주치고
등을 돌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 짧은 시간을 얼마나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건지

하나하나 겹쳐지는 일상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너의 움찔거리는 앞발과
너의 반짝이는 눈빛에
사라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순간이 순간 자체로

목적이 되는 시간

그래서 고양이와 노는 시간은 어디서든 언제든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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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1.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지요.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2. 등 뒤에 친구가 없으면 저렇게 길에서 카메라 노출하고 찍기엔 위험한 동네!

3. 집중 할 수 있는 그 무엇을..당신은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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