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묘의 일상/적묘의 고양이 이야기

[적묘의 고양이]초롱군 별이 되다,19살 묘르신,무지개다리,내 인생의 반과 네 묘생 모두,20180818, 안녕 또 만나

적묘 2018. 8. 20. 11:00





2015년 귀국해서


초롱군이 어찌나 그대로인지

2011년 한국을 떠날 때, 걱정했던 이별의 가능성을

매우 깔끔하게 딱 정리했던 우리 초롱군


겨우 3,4년치의 사진들을 뒤적이는데

최근 5개월 동안 초롱군은 7킬로에서 3.6킬로로 줄었어요.

1그램씩 먼저 무지개 다리 너머로 보내고 있었나봐요.

 







내 인생의 반과

네 묘생의 모두



초롱군과 함께 하면서 디지털 카메라에 입문하고...


외장하드를 사서 저장하기 시작하고

DSLR로 바꾸고







세계 어디를 다니더라도

계속 가족들에게 연락을 전해 들었던  몇

그렇게 나가 있는 동안에도 사료랑 모래, 간식 등등은 다 내 책임이었고


초롱군은 언제나 내 고양이였고








2015여름에 귀국해서 2016, 2017까지



그냥 평범하게


지금까지처럼 그냥 그렇게








언제나처럼 하품하고

언제나처럼 사진찍고

언제나처럼 간식먹고

언제나처럼 함께하는


그런 일상이 무너진 건


2017년 말, 꼬리에 종양이 발견되고









엑스레이 검사과 피검사 결과


그 결과들로 확인하는 건 그냥 병명일 뿐


실제로 확인하는 건

8살이 넘은 고양이에게는 항암 치료 자체도 무리고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진통제

무지개 다리 떠날 때 너무 괴롭다면 도와줄 수 있다는 것 정도...








그래도 5,6월까진 초롱군이

그렇게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고



진통제도 먹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친구님 찬스로

여러 간식들이랑 노묘용 유동식들을 공수해와서


좋아하는 것들로 꾸준히 먹이고








8월 초까지는 근육이 약해지긴 해도

잘 걸어다니는 편이었고



소파 아래나 침대 아래에 주로 가 있긴 해도

소파 위에 있다가 내려가기도 하고



 통증을 잘 못 느끼는 거랑 또 안에서 장기들이 아픈건 알 수 없는거니까요.



그래도 19살의 고양이, 사람나이로는 거의 100살


그러니 그냥 종양과 함께 숨 쉬는 수 밖에요.







누워서라도 

물이랑 챙겨주는 음식들을


사료는 잘 못 먹지만

유동식류는 잘 먹었어요.




그래도 하루하루 버티고 힘든 초롱군에게


가족들이 모두 바라는 건


항상... 힘들지 말고 아프다고 느끼지 말고

그냥 그냥... 잠자듯 편하게 무지개 다리 건너자고...

수없이 말을 하곤 했죠.











그런데 17일엔 물도 도통 삼키지 못해서

수액을 알아보고 있었어요.


병원에 가지 않고 놓을 수 있는 방법이랑

지인에게 알아보고 있는 차에


또 고다 카페에서 어느 분이 수액을 나눠 주시겠다고 해서

고맙게 받겠다고 시간 약속까지 하고...








반나절 물을 잘 못 삼키니

바늘침 뺀 주사기로 물 급여하고


유동식도 넣어서 조금씩 먹이고



그래서 입가에 이것 저것 묻어 있어요.








그것만으로 지쳐서 초롱군은

계속 누워서 눈을 떴다 감았다



이날 따라 도통 눈을 꼭 감고 잠이 들지 않아서

더 속이 탔었어요.



그러다가 밤 11시 30분 쯤에도 여기서 이렇게 누워 있는 걸 

계속 도닥도닥 슬슬 쓸어주다가

조금씩 물을 묻혀주다가...









모두들 잠든 시간에


초롱군을 한참 더 쓰담쓰담하다가

글하나 쓰고 자러가기 전에 


다시 옆에 앉아서 쓰담쓰담하고 있다보니

어느 순간 초롱군은 별이 되었답니다.


2018년 8월 18일 00시 가량



인생의 반을 함께 한 고양이, 초롱군을 고양이 별로 떠나보냈답니다,


초롱군은 곱게 싸서 큰 상자에서 남은 잠을 더 청하라고 하고

 부모님께는 아침에 말씀드리고 장례를 치뤘어요.



예상했고, 준비했고, 더 길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생각할 때마다 울고 있고, 아직도 한참은 더 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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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그리고 외장하드 지분의 반은 초롱군 꺼.

 

2. 잘 살았어. 반지하 방에서부터 여기까지 같이, 또 따로, 그래도 이별한 순간엔 함께.

 

 
3. 무지개 다리 너머에 안부 전하고 싶은 이들에게.....부디 초롱군 잘 부탁해요.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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