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귀국해서
초롱군이 어찌나 그대로인지
2011년 한국을 떠날 때, 걱정했던 이별의 가능성을
매우 깔끔하게 딱 정리했던 우리 초롱군
겨우 3,4년치의 사진들을 뒤적이는데
최근 5개월 동안 초롱군은 7킬로에서 3.6킬로로 줄었어요.
1그램씩 먼저 무지개 다리 너머로 보내고 있었나봐요.
내 인생의 반과
네 묘생의 모두
초롱군과 함께 하면서 디지털 카메라에 입문하고...
외장하드를 사서 저장하기 시작하고
DSLR로 바꾸고
세계 어디를 다니더라도
계속 가족들에게 연락을 전해 들었던 몇년
그렇게 나가 있는 동안에도 사료랑 모래, 간식 등등은 다 내 책임이었고
초롱군은 언제나 내 고양이였고
2015여름에 귀국해서 2016, 2017까지
그냥 평범하게
지금까지처럼 그냥 그렇게
언제나처럼 하품하고
언제나처럼 사진찍고
언제나처럼 간식먹고
언제나처럼 함께하는
그런 일상이 무너진 건
2017년 말, 꼬리에 종양이 발견되고
엑스레이 검사과 피검사 결과
그 결과들로 확인하는 건 그냥 병명일 뿐
실제로 확인하는 건
8살이 넘은 고양이에게는 항암 치료 자체도 무리고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진통제
무지개 다리 떠날 때 너무 괴롭다면 도와줄 수 있다는 것 정도...
그래도 5,6월까진 초롱군이
그렇게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고
진통제도 먹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친구님 찬스로
여러 간식들이랑 노묘용 유동식들을 공수해와서
좋아하는 것들로 꾸준히 먹이고
8월 초까지는 근육이 약해지긴 해도
잘 걸어다니는 편이었고
소파 아래나 침대 아래에 주로 가 있긴 해도
소파 위에 있다가 내려가기도 하고
통증을 잘 못 느끼는 거랑 또 안에서 장기들이 아픈건 알 수 없는거니까요.
그래도 19살의 고양이, 사람나이로는 거의 100살
그러니 그냥 종양과 함께 숨 쉬는 수 밖에요.
누워서라도
물이랑 챙겨주는 음식들을
사료는 잘 못 먹지만
유동식류는 잘 먹었어요.
그래도 하루하루 버티고 힘든 초롱군에게
가족들이 모두 바라는 건
항상... 힘들지 말고 아프다고 느끼지 말고
그냥 그냥... 잠자듯 편하게 무지개 다리 건너자고...
수없이 말을 하곤 했죠.
그런데 17일엔 물도 도통 삼키지 못해서
수액을 알아보고 있었어요.
병원에 가지 않고 놓을 수 있는 방법이랑
지인에게 알아보고 있는 차에
또 고다 카페에서 어느 분이 수액을 나눠 주시겠다고 해서
고맙게 받겠다고 시간 약속까지 하고...
반나절 물을 잘 못 삼키니
바늘침 뺀 주사기로 물 급여하고
유동식도 넣어서 조금씩 먹이고
그래서 입가에 이것 저것 묻어 있어요.
그것만으로 지쳐서 초롱군은
계속 누워서 눈을 떴다 감았다
이날 따라 도통 눈을 꼭 감고 잠이 들지 않아서
더 속이 탔었어요.
그러다가 밤 11시 30분 쯤에도 여기서 이렇게 누워 있는 걸
계속 도닥도닥 슬슬 쓸어주다가
조금씩 물을 묻혀주다가...
모두들 잠든 시간에
초롱군을 한참 더 쓰담쓰담하다가
글하나 쓰고 자러가기 전에
다시 옆에 앉아서 쓰담쓰담하고 있다보니
어느 순간 초롱군은 별이 되었답니다.
2018년 8월 18일 00시 가량
인생의 반을 함께 한 고양이, 초롱군을 고양이 별로 떠나보냈답니다,
초롱군은 곱게 싸서 큰 상자에서 남은 잠을 더 청하라고 하고
부모님께는 아침에 말씀드리고 장례를 치뤘어요.
예상했고, 준비했고, 더 길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생각할 때마다 울고 있고, 아직도 한참은 더 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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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그리고 외장하드 지분의 반은 초롱군 꺼.
2. 잘 살았어. 반지하 방에서부터 여기까지 같이, 또 따로, 그래도 이별한 순간엔 함께.
3. 무지개 다리 너머에 안부 전하고 싶은 이들에게.....부디 초롱군 잘 부탁해요.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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