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아무도 없다.
여기에
밤마다 음식을 놓아주던 이도
오가면서 살갑게 인사하던 이도 없다
여기서 태어나 자랐는데
세상이 변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몇번의 시끄러운 소리
몇 일의
무너짐
그리고 쓸어감
어디론가 사라진 사람들
어디서 먹을 것을 구할까
아직은 바람을 피해
따스한 햇살을 누릴 수 있는
벽이 남아있으니
괜찮아
이제 힘든 겨울이 지났으니
봄을 맞아
꽃이 피고
모든 일상이 따스할 거라 생각했는데..
힘겹게
벽을 올라간다
이 벽은 언제 사라질까
공사장이 아닌 곳은
도로..
도로가 아닌 곳은
철거예정지
언제나 쫒겨다니는 것이 생의 전부였지
뒤돌아 봐도
사실...
마땅한 답도 나오지 않아
다시 한번 벽에 오른다
신이 있다면
내가 극복할 수 있는 만큼의 벽만
눈 앞에 놔주면 좋겠어
그래서...
칠지도님이 거기에 있나봐
부산 집으로 가려고 배낭이랑 카메라 가방 다 메고
언니한테 부탁해서 애들 사진 좀 찍겠노라고
사료 들고 나가자고 했어요.
평소엔 밤에 주로 줬었는데..
일단...밝을 때 이렇게 나갔는데도
고양이들이 어찌나 반갑게 야옹야옹!!!
사료를 보고 완전 환장..
이 동네 철거되면서 전혀 먹을 것을 구할 수 없는거구나..
그러니 낯선 제가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냥 무작정 사료만 바라보고 있는거지요
길냥이들이 말예요
음 사실...
검은 고양이라고 쓰고나니. 얼굴에 흰 포인트가 있어서
턱시도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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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살아가는 것이 전설인 대한민국의 도시를 걷다.
2. 너도, 나도..어쩌면 당신도 전설이다. 살자..살자..
3. 2년 넘게 조용조용 애들 이름 붙여가며 사료셔틀 중인 칠지도언니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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