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어느 나라에서
어이없는 죽음을 들었을 때
펑펑 울면서 걸었던 더운 날을 기억한다.
그리고 또 몇년이 지나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마왕의소식을 들었을 때는
거짓말이라 생각했었다.
한국에 돌아오자 마자
예상치도 않은
지인의 부고에
한참을 울었었고
꿈에 조차 한번 등장하지 않는 섭섭함에
모든 죽은 자들을 위한 밤에 조차
나타나지 않음에 속상했다.
귀국하고 어느새 지나간 3개월
마왕의 실존을 생각한다
같은 하늘 아래 숨쉬지 않아도
같은 하늘 아래 있었다는 것을
어느 박스 안에 잘 넣어 둔
노래 테이프들과 시디들보다
거실 장에 꽃혀 있는 LP판을 꺼내본다.
한가한 주말 오후
19시간의 수면 시간 중
한뺨을 방해한 것은
미안
그래도 나는 너도 같이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으니까
그 마음 이해해줘
네가 그 자리에 있는 시간을
이 순간을
내가 좋아하는 이들이
함께 있는 순간을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추억으로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우리가 어찌 불멸에 관하여 말할 수 있을까
기나긴 고독속에서
홀로 영원하기를 바라지 않으니
우리 이렇게 함께 있던 시간들을
삐딱하게 야옹
불만을 표시하는 너의 삐죽한 표정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따뜻한 쇼파에
철푸덕 누워버리는
나의 고양이들과
내가 살아있는 이상은
사라지지 않을
저 LP판들을 지켜줘야지
아까워서 비닐도 한쪽만 뜯어서
테이프에 옮겨 녹음하면 음질 상한다고
테이프도 어딘가 있고
시디 정발매 될 때 구입한 시디도
내방 어딘가에 잘 있다.
마왕에겐 얄리가
내겐 고양이들이
순수하게 남아있을 수 있는 무언가가 되리라
그래서 겁없이 덤비기도 하겠지
그래서 다치기도 많이 하겠지
그렇게 우리는 길 위에서
처음 그순간처럼
자랑할것은 없지만
부끄럽고싶진 않은
나의길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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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귀국하고 120일. 너무 많은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2.왜 부끄러움은 항상 우리의 몫인가요!
3.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나는 그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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