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묘의 여행 tip

[적묘의 단상]위험인지능력과 상황인식, 트라우마

적묘 2014. 4. 22. 07:30


매번 비행기나 배를 탈 때

그 흔들림이 특히 격하게 느껴지고
스스로가 무엇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기도 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할 때
그때도 사실, 비상탈출 방법 정도는 읽어 놓는다.

내 삶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시간은
활자를 읽고, 또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것이니
언어로 된 것을 이해해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까에 대해서
몇번이고 상상하게 된다.

특히 뉴욕은 오갈 때마다 이상하게 기류가 안 좋았고
리마에 도착할 때는 짙은 해무에 착륙시 느낌이 좋은 편이 아니라
더더욱 읽었던 비상시 착륙대처법을 매번 읽게 되는 듯하다.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평정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지식조차 전무할 때 공황상태라는 것은
최악이니까....





2DOOR개방 비행기가 멈추면
재빨리 탈출구에 이용할 비상구를 개방하고
 비상탈출 미끄럼대를 펴서 탈출을 돕습니다

라는 것은 특히...
비상탈출구 쪽에 앉았을 때 해당되는데
몇번이고 그 자리에 앉는 바람에
실제 상황이 일어나지 않길 몇번이고 빌게 되더라.

영어와 스페인어로 된
비상탈출구 좌석용 설명서를 두번은 읽어본다.


사실 인간이 합리적이길 바라는 것은
철학자들의 꿈일 뿐이지
그들조차 그닥 합리적으로 살진 못했으니

정신분석자들도 본인들의 개인적인 경험과 당시 사회적 편견으로
분석을 오히려 편견으로 만들어 내곤 했으니
진정 사회적인 학문이라는 것들은
그저 통계학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귀납적인 것에 의존해야하는 사회학을 학문으로 받아들은 것은
오랜 역사가 아니지만, 사실 연역적인 것은 수학 외엔 없으니..;;




특정한 상황에서 이런 행동을 하면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뉴얼을 숙지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그래서 블로그의 글에서
치안은 시간과 공간의 문제라고 자꾸 강조하는 것이
바로 그 메뉴얼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위기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안전에 가까워지는 것이니까
위험에 대해서 미리 인지하게 하고
낯선 사람이 따라오면 길을 건너게 한다거나
저녁시간에는 현금인출기 사용을 하지 않는다거나
혼자 걷는 시간을 최소로 하게 하는 것

가장 기본적인 부분들을
한국 대사관이나 코이카, 기업에서 사람들을 파견할 때
파견국 유의사항들을 제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 것이다.




페루에 도착할 때까지 기류 변화로
심하게 흔들리는 비행기 속에서 몇번이고 안전벨트 싸인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고
사실 그런 잠깐의 흔들림에도 수십가지 생각이 오가는 것이 사람이고

정작 리마에 도착한 다음
공항에서 택시를 타는 순간부터 또 다른 일상의 트라우마가 된다.

공항에서 저렴한 택시를 타는 것 또한 위험한 일 중 하나이기 때문.
누구나 택시라는 쪽지를 붙이고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공항에서 탄 택시가 언제든 강도로 돌변해서 모르는 곳으로 끌고 갈 수도 있는 것
그래서 공항 안으로 들어온 택시 중에서
택시 기사들이 회사의 명찰 목걸이를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좋고
그런 경우에도 차량 자체에 택시가 붙어 있지 않은 개인차량 영업차도 있으니
더 확실히 하려면 아예 만원 정도 더 지불하고 제대로 공항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모터 택시는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도시 외곽 쪽의 구역은 안 가는 것이 안전하고
거리에 사람이 너무 없는 거리는
그 자체가 위험성을 알려준다.

스스로가 있는 곳을 파악한다는 것은

어떤 물리적인 공간 지각뿐 아니라
감정적 지각도 알려주는 것인데, 사실 자신의 위치에 따라서
감정적인 지각은 계속 수정을 해야한다.

같은 한국인이라도
주재원인지, 공무원인지, 봉사단원인지
유학생인지에 따라서 만나는 사람들은 달라지기 마련이고
이동방식도 다르다.

오히려 가족적인 분위기의 작은 마을에서 더 안정적일 수도 있고
반대로 안전하다고 믿은 고급 사무실 밀집지역에서 당할 수도 있다.
태반은... 옷과 액세서리가 문제지만 그것도 일반화 할 수는 없다.

10여년동안 7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소매치기를 당한 것은 단 4번이고, 정말 방심했을 때라는 것과
정작 가방 안의 큰 카메라나 큰 액수의 금액은 아직 당한 적 없는데
그 때마다 확실히 더 긴장하고 대비하고 있는 스스로를 느낀다.

한국에선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지만
그것 또한 개인차이고, 사실 한국에서도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땐
다른 때보다 긴장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느끼기도 한다.

친구들의 경우는 평생 살아온 부산에서도
여권 소매치기를 당한 경우도 있으니
그야말로 어디서든 방심하면 안된다는 것




그리고 사실 무엇보다 현실의 일상에 이런 트라우마가 가장 무섭다.

나가는 순간 위험에 노출된다.

누군가가 사고를 당한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못한다.

혹시 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더라도
그 불행은 인터넷 상에서 조롱과 악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많은 이들의 죽음이 그래왔듯이

분명히 인재이고 대비가능한 위험인 경우도 있고
예측이 전혀 불가능한 경우도 있는데
그 무엇이든 간에 그냥 모르는 한 타인의 불행을
쉽게 손가락으로 이리 휘고 저리 휘어 더럽히는 이들이 무섭다.

공감 능력의 저 아래에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는 모니터 앞의 익명들도 무섭다.

그런 악의들을 읽히는 사회가 무섭다.


사회구조적으로 계속되는 상처에 치료는 없이
정의에 대한 고민도,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도 없이
그저 저 아래까지 날카로게 날을 세워 후벼파는 악의들이
무서운 것이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살아가는 것이
그래서 무서워진다.

피해자들의 2차, 3차 피해들을 바라보는 것이
또 하나의 트라우마가 된다.

부디... 더 아프게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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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가장 큰 위험인지능력은 공감능력입니다! 타인의 아픔은 웃음거리가 아닙니다.

2. 위기대처 메뉴얼의 부재+ 익명의 타인에게 꽂는 비수+ 특권계층(이라 생각하는)의 오만들

3.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가면서 들여다 보는 한국 뉴스와 댓글에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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