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촌 26

[철거촌 고양이] 넘사벽을 넘어 보려는 몸부림

모든 벽은 넘을 수 있기 마련이라고? 아아 맞아 맞아.. 벽을 쌓은 사람이 있으니까.. 벽을 넘을 수 있는 사람도 있는거야. 그러니까 그건 사람일때나....해당되는 말 나는 고양이라서 아무리 뛰어봐야 넘사벽 벽을 따라 걸어본다 벽이 끝나는 곳에도 내가 갈 곳이 없는데 돌아봐도 몸 의탁할 곳이 없다 이미 빈터에 중장비가 들어와 있고 처음부터 불청객이었으니 다시 또 떠나야 한다 어차피 처음부터 사람이 만들어 놓은 판에서 태어난 길고양이는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 벽들 사이에 갇혀 생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운데 -칠지도님이 비정기적으로 사료셔틀 중 다음뷰온 클릭해주시면 길냥이들을 도울 수 있어요- 이 속에서 죽은 새끼를 낳고 또 이 벽을 따라 간다 어차피 넘사벽.. 그냥 눈 앞의 벽이라도 따라갈 수 밖에...

[철거촌의 오후] TNR 노랑고양이 노묘의 낮잠

몇년 전부터.. 이 동네 올때마다 눈도장을 찍었던 노묘랍니다. 처음 칠지도 언니가 사료셔틀을 시작하게 된 때부터 이 아이는 정말 살가웠죠 저도 종종 따라 나가서 사진을 담았던 기억이 있어요. 같이 다니는 두마리 젖소 고양이는 작고 날렵하고 사람을 무서워하는 편이예요. 그에 비해 노묘는 부르는 소리에 바로 응? 기지개와 함께 아는 척한답니다. 물론 몇번을 봐 왔기 때문에 고양이들이 절 보면 화들짝 도망가진 않아요. 무엇보다 이 노묘는 TNR 고양이랍니다. 그래서 이 동네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누군가 목걸이까지 채워 주었는데 남은 건물은 두채 정도.. 사람들은 다 떠났으니 말입니다. Trap-Neuter-Return, 유기고양이들을 포획 한 뒤 중성화 시술을 하고 다시 풀어줌으로서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 그렇게..

[철거촌 삼색고양이] 나는 전설이다2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아무도 없다. 여기서 태어나 자랐는데 집은 무너지고 동네는 사라진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조차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 대낮에도 큰 길을 어슬렁거리며 걷는다. 몇번의 시끄러운 소리 단지 그것으로 세상의 많은 것들은 사라진다 거칠어진 털 무뎌지는 발바닥 처음부터 정상인 것도 없었다 태어날때부터 어미의 영양이 부족해 꼬리가 짧게 태어났고 운이 부족해 인간의 집에서 사랑받지 못했고 풍족한 것이 무엇이었던가 사라진 세상을 바라본다 낯선이의 발자국에 놀라기엔 셔터 소리에도 도망가기엔... 그닥... 더이상 놀랄 것이 없는... 지금 가장 놀라운 것이 있다면 저 길 건너편엔 꽃이 피어있다는 것 정도일까.... 2011/05/25 - [철거촌 고양이들] 계단에는 햇살이 내리는데 2011/05/..

[철거촌 고양이들] 계단에는 햇살이 내리는데

한참 어두운 시간에만 살짝살짝 나가던 녹색 계단에 오늘은 밝은 낮에 찾아가 봅니다. 이미 여긴 대부분의 사람이 떠나고 새로 공사를 시작하고 있거든요. 햇살이 내리는 계단 위엔.. 고양이들.. 서울 나들이 오면 꼭 들리는 칠지도님네 근처입니다. 어느 순간 다가온 세번째 고양이 이 아이는 임신한 듯.. 어려보이는데 계단 옆쪽 눈을 돌리면 이렇게 또 눈 마주치는 아이가... 한웅큼 사료를 부어줍니다. 정말 배만 고프지 않도록.... 한웅큼만... 여기 지금 사람들이 사라지고 공사 시작되는데 빨리 고양이들이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데 2011/05/04 - [철거촌고양이]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11/04/28 - [철거촌 턱시도 고양이] 나는 전설이다 2011/04/26 - [철거촌고양이] 순수한 호기심, 어디로..

[철거촌고양이]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괜찮아요 같이 있으니까 혼자가 아니니까 사람들이 지르는 소리 들리지 않고 밤길 오가는 동안 무언가 집어 던지지 않으니 남들이 보기엔 어떻지 몰라요 그래도 아직은 비피할 곳이 있고 밥주는 이가 있고 아직 태양이 있고 지구는 돌고 있어요 온기를 나눠주는 따뜻한 마음이 있고 이 벽은 아직 튼튼해요 언제 우리가 내일을 알고 살았던가요 그건 모두가 다 마찬가지 여기가 다 무너진데도 옆으로 이동하면 되겠죠 물론... 어디서도 반갑게 맞아주지 않는 길고양이 신세지만 인기척에 후다닥 도망가다는 법을 배운 것이 짧은 묘생의 가장 큰 배움이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따뜻한 목소리로 불러주고 가끔 맛난 것도 챙겨주고 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이렇게 공유하기도 하니까요. 2011/04/28 - [철거촌 턱시도 고양이] 나는 전설..

[철거촌 턱시도 고양이] 나는 전설이다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아무도 없다. 여기에 밤마다 음식을 놓아주던 이도 오가면서 살갑게 인사하던 이도 없다 여기서 태어나 자랐는데 세상이 변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몇번의 시끄러운 소리 몇 일의 무너짐 그리고 쓸어감 어디론가 사라진 사람들 어디서 먹을 것을 구할까 아직은 바람을 피해 따스한 햇살을 누릴 수 있는 벽이 남아있으니 괜찮아 이제 힘든 겨울이 지났으니 봄을 맞아 꽃이 피고 모든 일상이 따스할 거라 생각했는데.. 힘겹게 벽을 올라간다 이 벽은 언제 사라질까 공사장이 아닌 곳은 도로.. 도로가 아닌 곳은 철거예정지 언제나 쫒겨다니는 것이 생의 전부였지 뒤돌아 봐도 사실... 마땅한 답도 나오지 않아 다시 한번 벽에 오른다 신이 있다면 내가 극복할 수 있는 만큼의 벽만 눈 앞에 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