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촌 26

[철거촌 고양이] 서로, 길들이지 않기로 해

길들여진다는 것 익숙해진다는 것 습관이 된다는 것 어느새 거기 있다는 것 뒤돌아 보면 당연히 쫒아오고 가까이 가도 수줍게 시선을 돌리지만 뒷걸음 치진 않아 왜 이럴까 생각하기 전에 익숙해진 습관같은 것 생각할 필요 없이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갈 거니까 의심하지 않는 것 그런데... 아니야... 나는 여길 떠나야 하고 너도 어디론가 떠나야 하고 서로 길들여질 수 없는 관계 처음부터 너는 너, 나는 나 공기처럼 삶에 깃들게 되는 그런 편안한 사이는 아니었으니 이제 안녕... 다음 번 만남은 기약할 수 없으니... 쿨하게 돌아서 가기.. 길들여지지 않기... 다른 나라에서 만났던 고양이들 모음 2010/12/26 - [적묘의 베트남 고양이] 미미가 웃어요 2010/11/17 - [적묘의 베트남 고양이 이..

[철거촌과 지붕] 길고양이와의 거리두기에 대한 고민

사실.. 우리 그런 사이 아니잖아 우리 이렇게.. 가까운 사이.. 아니잖아... 그렇게 쉽게 모델 서주지 말아..ㅠㅠ 뜨거운 햇살 피해서 어딘가 있다가 내가 나왔다고 신나게 발 걸음 옮기면서 그렇게 앞장서서 걷지 말아 수시로 돌아보면서 내가 잘 따라 오고 있는지 확인하지 말아줘 여기저기 부비부비 애교 날리지도 말아 게다가.. 난 오늘 사료도 안 들고 나왔다구 그러니 그런 깊은 눈으로 날 보지 말아 어쩔 수 없이 손가락을 내 밀게 되잖아 아우..ㅠㅠ 그런 눈으로 보면서 가까이 오지 말아줘 갸우뚜우웅 내 손가락 끝에 뭐가 있나 심각하게 들여다 보지 말란 말야!!! 야 이 바보야 너 설마 아무한테나 이러는거 아니지? 응? 나 너랑 이렇게 자주 본 건 몇주 안되거든?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 오면 어떡하냐고..ㅠㅠ..

[철거촌 고양이] 사료를 먹기까지 걸리는 시간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소리가 들린다 다가온다 숨 죽이고 기다리다가 눈이 마주친다 계단엔 사료가 그러나 다시 뒷걸음 뒷걸음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몸으로 배워왔으니 그래도 굶주림은 어찌할 수 없다 조심스레 발을 옮겨본다 조금 더 가까이... 앞발 두개 뒷발 두개... 사료에 먹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조금씩 줄어들지만 이곳을 떠나야 하는 시간도 조금씩 가까워진다 2011/06/14 - [철거촌 고양이] 야마카시는 익스트림 스포츠??? 2011/06/13 - [철거촌 고양이] 적묘는 길냥이와 이렇게 대화합니다. 2011/06/10 - [철거촌 고양이] 나는 전설이다 3 2011/06/09 - [철거촌 고양이]TNR 삼색이와 도시 생태계 단상 2011/06/08 - [철거촌 고양이들] 저녁 골목길의 반상회 2..

[철거촌 고양이] 야마카시는 익스트림 스포츠???

한국 도시의 길냥이들은 어느새 모두 야마카시 종결자... 야마카시 Yamakasi: 링갈라어로 강인한 영혼, 강인한 신체, 강인한 사람을 뜻함 도심의 빌딩을 맨몸으로 기어 오르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고공으로 점프하여 건너뛰고 배관이나 로프를 타고 담을 뛰어넘기도 하지 1990년대 말 프랑스의 다비드 벨과 세바스티앙 푸캉 등이 장비 없이 건물을 타고 놀던 것이 시초라던데 그들도 프랑스의 길냥이들에게 배운 건 아닐런지? 프리러닝의 다른 명칭인 파쿠르(Parkour)는 'parcours du combattant'라는 프랑스에서 따온 말로 '투사를 위한 코스'라는 뜻이지만 굳이.. 투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그리고 아무 도구없이 등반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고... 내 발톱은 벽돌 위에서 몸을 지..

[철거촌 고양이] 적묘는 길냥이와 이렇게 대화합니다.

쭈쭈쭈쭈쭈~~~ 야옹야옹야옹~ 아가야 이리와~~~ 꼬맹아 어디있니? 오늘은 맛난게 있단다!!!! 아유 왔어? 이거 맛살인데 던져줄까 와서 먹을래? 어이구~ 물었어요~~~ 아 잘 먹네~~~ 뭐야뭐야..더 먹을거야? 딴 애들도 먹어야 하는데???? 눈을 못떼네 그려~~~ 길냥이들은 아무래도 이런 신선한!!!! 맛살~~~~ 완전 환장모드!!! 혀 말기 우성인자까지 확인 +_+ 건치 확인!!!! 맛살에 따라 오는 저 눈동자!!! 시력도 좋구나!!!!! 칠지도 언니의 냉장고를 털어낸 보람이 +_+ 물론..; 칠지도 언니는 빈곤도는 레벨업된다능.. 간식의 힘 2011/05/26 - [고양이간식] 깜찍양은 혀말기 우성인자 보유묘 2011/05/17 - [간식의힘] 고양이 집중도레벨 상승 중 2011/02/17 - [..

[철거촌 고양이] 나는 전설이다 3

도시전설로 남는다 나지막히 이어지던 2,3층 집들도 골목길을 따라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심스레 다니던 길고양이들도... 도로는 차단되고 집들은 철거되고 중장비가 지나간 흔적 위를 길냥이가 걷는다 누군가의 보금자리는 훤히 속을 까발려 날리는 꽃송이와 구름 둥둥 하늘빛 벽지가 비를 흥뻑 담는다 탐스러운 장미도 곧 조각난 돌조각들과 함께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지겠지 그렇게 사라지는 옛 거리를 기억한다. 사라진 동네를 묵묵히 지킨다 저 길을 따라 갈 용기가 생기지 않으니 참..마음이 그래.. 2011/06/06 - [철거촌 고양이] 유리 카펫 위의 차력고양이 2011/06/05 - [철거촌 고양이] 적묘와의 거리, 밀당을 즐기다 2011/06/05 - [철거촌 고양이] 빙빙 제자리 맴돌기 2011/06/03..

[철거촌 고양이]TNR 삼색이와 도시 생태계 단상

TNR(Trap-Neuter-Return) ‘포획-불임수술-방사’로 이어지는 TNR 프로그램은 도시 생태계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이 요즘 제가 올리고 있는 이 철거촌 고양이 시리즈인데요. 과연 인공적인 개체수 조절이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이렇게 특수한 상황 재개발 지역, 철거촌에서 마주친 TNR 고양이와의 거리 좁히기에서 문득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TNR(Trap-Neuter-Return) 암컷은 난소를 제거하고, 수컷은 정관을 자르거나 거세 그렇게 불임수술을 거친 뒤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서 ‘중성’이라는 새 성을 부여받은 길 고양이는 그 표식으로 왼쪽 귀 끝이 잘려요 그것이 ‘국제적 표준’이기도 하구요. 중성화된 고양이는 공격성이 현저히 줄어들고 발정이 나지 않으니까 도시 전설 중의 ..

[철거촌 고양이] 적묘와의 거리, 밀당을 즐기다

처음 만났을 때 큰 싸움으로 뒷다리를 심하게 절어 칠지도 언니가 붙여준 이름 찔룩이 중성화하지 않은 거리의 고양이는 생존을 위해 영역싸움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사실, 꽤나 애교있는 찔룩이는 애교를 받아줄 사람이 없을 뿐인 상처입은 거리의 전사 철거가 시작되면서 더욱 먹고살기 어려워진 동네에서 이삿짐도 없는 고양이들에겐 굶주림만 가득 남아 있어도 고양이는 고양이 적묘와 밀당 중 이쪽에 밥 놔 봐 내가 먹어 줄게 내가 밥 주면 여기서 포즈 잡을 거야? 그렇게 매정하게 돌아서지 마!! 에휴.. 어쩔 수 없지 이만큼 가까이서 한 장 찍어 봐봐!!! 2011/06/05 - [철거촌 고양이] 빙빙 제자리 맴돌기 2011/06/03 - [철거촌 고양이] 계단에서 살아남는 법 2011/06/01 - [철거촌 고양이] ..

[철거촌 고양이] 빙빙 제자리 맴돌기

무너진 담벼락 뜯어진 창문 깨어진 유리 요즘의 일상적인 모습들 여기엔 새로 큰~~~ 아주 큰~~~ 아파트가 들어선데요 그래서 옛날 집들은 모두 없애고 있데요 그러나 거기에 내 집은 없어요 괜찮아요 처음부터 내 집은 없었으니 거리가 내 집이었고 하늘이 내 지붕 굳게 닫혀 들어갈 수 없었던 집들이 이제 내게 벽을 열어주고 그렇게 탐났던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던 방들에 드디어 들어가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문손잡이는 잠겨있지 않고 문도 바닥으로 내려와 있고 벽도 누워있으니 잠깐 더.. 여기를 맴돌아도 괜찮아요 3줄 요약 1. 세상에는 수 많은 고양이가 있어요 2. 한 마리 고양이가 눈에 들어오면 세상의 고양이가 다 눈에 들어온답니다. 3. 다음뷰 손가락을 꾸욱 눌러주시면 길냥이 사료셔틀에 도움이 되어요! ..

[철거촌 고양이] 계단에서 살아남는 법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않으면 들리지만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어 그러니까 살금살금 조심조심 몰래몰래 조금조금 눈이 마주치면 잠깐 고민해 나를 바라보는 사람은 나를 신경쓰는 거니까 나도 그냥 마주 보고 있어도 되는 걸까? 나를 쫒아내려고 보는 걸까? 후다닥후다닥 조심해서 나쁠 것 없으니 점프점프!!! 점프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뒷다리를 끌어 올리는 순발력과 사진을 찍어주는 찍사가 필요한 법...(응?) 낯선 목소리를 뒤로 하고 담 위를 달리다 문득 돌아본다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남을까 철거촌 고양이글 모음 2011/06/01 - [철거촌 고양이] 넘사벽을 넘어 보려는 몸부림 2011/05/27 - [철거촌의 오후] TNR 노랑고양이 노묘의 낮잠 2011/05/26 - [철거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