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6

[적묘의 페루]감사인사, 그리고 리마에서 마지막 날, 라르꼬 마르의 석양을 담다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여러 곳에서 잠깐씩 머물면서여러 곳에서 잠깐씩 살다보면여러 사람들 잠깐씩 만나면서여러 감정들 조금씩 느끼면서 착하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아니 설혹 모든이에게 좋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겐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나 역시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반증이겠지 그래서 고맙고그래서 눈물나그래서 아쉽고그래서 이별이그래서 힘들다그래서 만남을그렇게 기약해 날씨가 유난히 덥고바람이 유난히 세고연인들 유난히 많은그렇게 마지막 날을이렇게 그대들 함께 그대들이 내게 해주는 것들그대들에게 내게 해줄수 있는 것들서로 나눌 수 있는 것들에서 가장 큰 것은언제나 시간이다. 함께 한다는 것이곳에 이렇게 그대들과 있다는 것 순간에 흘러가는 석양의 시간을함께 하고 있다는 것 대체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

적묘의 단상 2015.02.16

[적묘의 단상]4월은 잔인한 달,커다란 괴물이 심장을 움켜쥐다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틀린 것도 아니고 못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잠깐 다시 나의 세상으로 돌아갔다 오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커다란 괴물이 되어 심장을 쥐어짜려한다. 흔히 허니문이라고 말하는 그 가슴 두근거리는 시간은 이미 지나간지 오래. 의무감과 일에 대한 욕심과 기대감으로 다시 한번 시작한 1년은 생각보다 길고 힘들어서 기운을 얻기 위해 한 한국으로의 국외휴가. 봉사단원 3년차 휴가를 톡톡 털어서 다녀온 그리운 집. 돌아갈 곳과 돌아갈 시간을 간절히 기다리고 이미 마음이 변한 그대들이 변하지 않길 기도하게 된다. 부디 내가 아는 세계가 사라지지 않길 바라면서 나는 또 한번의 발걸음을 예전과는 달리 엄청난 외로움을 안고 시작하고 있다. 4월은 나에게..

적묘의 단상 2014.04.18

[적묘의 고양이]칠지도님네 케이린,무지개다리를 건너다

초롱군이 제게 온 것이 2000년 워낙에 아는 것이 없으니까 여러 고양이 반려인 동호회를 들어가게 되고 사실 그때는 다음의 냥이네가 중심이었고 디시인사이드 동물갤러리는 청정 구역이었고 디시의 동물 갤러리가 고양이갤러리=냥갤로 분리되면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과 많은 교류가 시작되었지요. 어느새 지금은 2013년... 10년 정도 사람들과 고양이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게 됩니다 어제 또 한번의 이별을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만큼 그 처음부터 알았던거 같은 그 느낌 칠지도 언니네 케이린 다섯살, 여섯살, 일곱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고운 흰 털에 호기심 가득한 눈 키스를 부르는 핑크색 입술 어젠 페루의 어머니의 날이었어요. 위험한 공동묘지 구역에 갈수 있는 날은 1년에 단 3일 어..

[능소화가 피는 주말] 또 한번의 이별

여름의 한 가운데서 시작했던 날들이 바람과 비의 시간을 지나 짙은 꽃으로 물든다 이른 아침의 빛을 받아 내리던 꽃줄기들은 어느새 바닥에 꽃비를 내리고 여름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나는 어드메를 달리고 있는 걸까 잠깐, 시원해진 아침 공기에 작게 숨을 들이쉰다 또 한번의 여름이 또 한번의 나날들이 또 한번의 꽃이 피고 진다 또 한번의 만남이 끝나고 또 한번의 안녕도 그렇게 꽃이 피고 지듯 그렇게 아쉽고 아무렇지 않게 시간은 흐른다

적묘의 단상 2011.08.20

[베트남,하노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장례미사 다녀왔습니다 갑작스런 부르심이었습니다. 젋은 나이의 타국 생활 중 부르심 하노이 한인공동체와 오랫동안 알아온 베트남 지인들의 눈물에 저도 함께 손수건을 적셨습니다 하늘의 어머니 품에 안길 그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헌신적인 도움으로 아름다운 베트남 하노이 대성당, 카테드랄에서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가방에 넣어간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몇장 담았습니다. 베트남에 온지 이제 2달... 너무 짧은 시간, 친해질 겨를도 없이 그저 성가대에 제 뒤쪽에 서셨던 테너분..이라고 기억하기에 더욱 서러웠나봅니다. 뉴스로 접했던 띠앗누리 3기 성웅군의 죽음도 머리 속을 스쳐갑니다.. 그저..고인의 명복을.... 관광명소로 남을 대성당에.. 마음 한켠을 비워둡니다. 위령..

적묘의 단상 2010.11.07

[적묘의 고양이 이야기] 숨바꼭질을 좋아하는 이유

두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어떤 것도 나를 두려움에 빠지게 하지 않아 그런데도 자꾸 어디론가 간다.. 그런데도 자꾸 숨게 된다 꼬리 터럭 하나 못 보게 하고 싶다 콧등을 파르르 떨게 하는 같은 이름자를 가진 다른 무엇이라도 들이 밀고 싶어진다 한빰 차이로 저 안과 밖은 갈린다 한 걸음 차이로 생사가 갈린다. 살아온 만큼 겁이 늘어간다 몸을 숨기고 마음을 사린다 아직 저쪽 길을 가기엔... 나는 나는 나는.... 아직은 두려움이 많다... 그러니 그 길의 끝까지 나와 함께 가주길... 3줄 요약 1. 가끔 이별 생각을 해 2. 고양이는 육식동물인데 왜 이렇게 초록이 잘 어울릴까? 3. 당분간, 너는 술래에게 잡히지 말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