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그림찾기 4

[적묘의 철거촌 고양이 기록] 천일동안 혹은 그 이상

천일...혹은 그 이상 조금씩 눈에 보이고 조금씩 다가가고 약간은 익숙해지고 정겨운 동네가 조금씩 무너지는 것을 담게 되고 어느새 사람들은 떠나고 도시 한가운데 섬처럼 그렇게 부유하다가 사라지고 떠날 곳이 있는 이들은 부럽고 마음붙이고 살 곳은 필요하고 지금까지 나를 보호해주던 벽들도 쉬이 무너지는 것을 알게 되고 몸을 뉘였던 집들도 잡초들이 무성해질 뿐 잠깐 눈 돌린 사이에 동네가 바뀌고 터전이 사라진다 이제 어디로도 갈 수 없는 뱃속의 아이들은 대부분 죽고 어미들조차 굶주림에 지치고 같이 지쳐가고 있다.. 어디론가 떠나야 하니.. 나도 그만.... 천일동안의 기록을 마무리 천일동안 재개발이 진행되었고 천일동안 사람들은 떠나가고 천일동안 고양이들은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무지..말라버렸어요..ㅜㅜ ..

[철거촌 고양이] 부서진 문을 열고, 무너진 담을 넘어

신기하지 여기는 서울 한 복판 도시 한가운데 어떻게 이런 터가 있는 걸까 신기하지 어떻게 그 모든 걸 쓸어 버리는 와중에도 이렇게 식물들은 자라는 걸까 신기하지... 이렇게 변해버렸는데 나는 아직 여기에 있어 나의 종족을 혐오하거나 무서워하거나 더러워하지 않는 그런 시선 앞에서는 나도 화들짝 놀라거나 경계하지 않아 그저...낯서니까.. 신기하지 그렇게도 믿을 수 없는 존재들임을 아는데도 그냥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건 여기가 이미 당신들의 땅임을 너무 잘 알아서야 세워진 건물을 부수고 또 다른 건물을 세우고 필요없는 것은 거침없이 치우고 그렇게 살아가는 방식에 그저 곁을 스쳐가는 보잘것 없는 존재 나는 그런 존재니까 새로운 담을 세우거나 어떤 경제적인 활동도 할 수 없는 고양이니까 그냥 여기서 잠깐 떠돌다..

[철거촌 고양이] 묘생의 쓴맛짠맛 딩굴딩굴한 맛

집은 잔재가 되고 전봇대는 누워있다 먹을 곳도 없는 이곳에 남아 있는 이유는 그저 갈 곳이 없기 때문 힘든 날들에 낯익은 얼굴과 한줌 사료는 무엇보다 반갑다 더이상 이곳에서 먹을 것을 찾을 수 없는 줄 알지만 갈 곳을 찾지 못하기에 그저 머물러 있다 낯선 사람들과 카메라 앞에서도 이제 생존이 먼저 윤기가 사라진 거칠한 터럭에 갈라진 발바닥 반쪽이 된 얼굴 그래도 아는 이가 왔다고 마음 놓고 몸을 뉘고 한숨인양 한탄인양 하품 한번 서비스 한다 어느 새 나는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 앉아있고 턱시도는 몸을 기댄다 깊게 깨물린 목덜미의 피떡 상처와 머리 꼭대기까지 꽉꽉 물린 자국 너덜너덜해진 귀까지... 딱딱한 발바닥과 망가진 발톱 너의 쓴맛짠맛 묘생을 나는 그저 오늘 딩굴딩굴맛으로 기억하고 싶다 내일은 이곳 마..

[철거촌 고양이 이야기] 서글픈 숨은그림찾기

나를 유심히 바라본다 나도 유심히 바라본다 나는 발걸음을 옮긴다 조심조심 위태로운 발 아래가 무섭다 금방이라도 발이 밀려나간다 발아래만 신경쓰며 스쳐지나가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눈을 뜨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건물의 잔재들에는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데 찾았다 그 사이엔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있다 이제 세상에 태어난지 두달? 어린 생명도 있고 다부진 눈빛과 꼭다문 입매에서 삶의 의지를 찾았다 2011/07/06 - [철거촌 고양이] 발은 시려도 맘은 따뜻했던 눈오는 날의 기억 2011/07/01 - [철거촌 고양이들] 적묘, 증명사진을 담다 2011/06/30 - [철거촌 고양이] 까칠하기 사포 도배한 가면삼색냥 2011/06/29 - [철거촌 고양이] 녹색계단 위 아래의 비밀 2011/06/22 - [철거..